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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에게 권하는 “이 시간엔 이 비디오”
2004-01-20

연애영화로 ‘사랑 충전’설 지나면 커플시대 시작

황금 연휴를 잘 보낼 수 있는 나만의 비디오 추천 베스트 7을 공개한다. 솔로들에게 권하는 “이 시간엔 이 영화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대별로 사랑영화만 본다면 나름대로 애틋하며 연휴가 보람 있을지도 모른다. 연애영화들만 모았다.

오전 10시에서 12시 사이!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사진)

잠에서 깨어 아침밥을 먹은 뒤, 이도 안 닦고 다시 드러누워 감자 칩 물고 볼 수 있는 영화.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있다, 없다에 대한 두 남녀의 끝없는 논쟁이 사랑스럽다. 메그 라이언의 매력과 빌리 크리스털의 특이한 성격이 오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남자친구와의 선 넘기가 인생의 숙제인 솔로들에게 더없이 좋은 가이드다. 친구면 어떻고 애인이면 어때, 그가 남자고 내가 여자라서 만난 인연을 맘껏 누릴 수 있는, 그래서 16년이 지나도 새록새록한 느낌의 영화. 오전에 이 영화를 보며 새삼스럽게 힘을 낸다 오래된 남자친구 몇 있지만 늘 이도 저도 아닌 상태라면 더더욱 마음을 두드린다!

1시에서 3시 사이! 〈브리짓 존스의 일기〉

외출도 안하냐는 가족들의 비아냥을 무시하고 점심을 든든히 챙겨먹은, 세상에 부러울 것 없는 편안한 시간이다. 자, 새롭게 전의를 불태우며 주먹을 불끈 쥐고 이 영화에 접속하라. 노처녀가 총각한테 시집가기는 길가다가 총에 맞아 죽는 것보다, 번개에 맞아 죽는 확률보다 적다고 누군가가 말도 안되는 비유를 들며 세상의 노처녀들을 열받게 했단다. 노처녀라는 이유로 손가락질 받을 때, 무엇보다 남의 몸처럼 두껍게 변해가는 자신이 싫어지기 시작할 때, 나도 그랬고 또다른 ‘그녀’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낄 때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브리짓에게 마음을 열자. ‘이심이 전심’이라고 그냥 이유없이 권하고 싶은 ‘마음 살짝 아픈 코미디’ 영화다.

3시에서 5시 사이! 〈봄날은 간다〉

실연당하는 이야기니까 꼭 밤에 이불 뒤집어쓰고 봐야 한다는 편견을 버린다. 내가 나를 두번 죽이는 그런 주장은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다. 이별, 실연의 상처를 모르는 사람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았으며 용기도 못 내보고 사랑을 멀리하는 사람과는 커피한잔 마시는 것도 시간 낭비라고 평소 생각해 오던 성격이라면 대낮에 이 영화를 즐겨보자. 그리고 저 유명한 명대사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를 곱씹어 본다. 변하니까 사랑이라는 것과 그래서 사랑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또 다른 사랑이라고 알려주는 지혜로운 영화다. 그리고 실연은 한번쯤 견디고 이겨내면 내성이 생기는 법, 봄날은 곧 온다는 마음으로 그동안 못잊고 헤매게 한 상대를 보내버리기에 딱 좋은 영화다.

5시에서 7시 사이! 〈슈렉〉

저녁 먹기 전 그래도 연휴니까 가족들과 시간을 공유하는 의미에서 눈 질끈 감고 함께 〈슈렉〉 정도는 봐주는 게 예의다. 잘생긴 남자만이 구원은 아니라는, 공주가 원래 예뻤다는 고정관념을 깨준 이 영화는 너무 많은 통쾌함을 주는 영화다. 할리우드의 놀라운 기술력에 침 흘리게 되고 건강하고 진보적인 하나의 사랑영화를 발견하는 기쁨도 얻을 수 있다. 상대의 번듯한 눈코입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서 뿜어져 나오는 나에 대한 배려와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준다. 사랑에 대한 색다른 해석과 시도를 느낀다면 연휴 뒤 사람 고르는 눈이 달라질 수 있다

8시에서 10시 사이! 〈첨밀밀〉

정규방송을 보는 가족들과 떨어져서 나만의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다. 인연을 못 만났을 뿐이라고 주장해오던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더 각별하다. 특히 앞으로 만날 누군가는 어디 있을까 너무 멀리만 있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같은 하늘 아래 있을 연인을 생각하며 본다. 만나고 헤어지고 아득하고 느긋하고도 침착하게 연기하는 장만옥과 여명의 연기가 두고두고 가슴을 적셔 줄것이다.

밤 10시에서 새벽 2시 사이! 〈질투는 나의 힘〉

모두의 간섭에서 멀어진 시간이 다가왔다. 가장 보고 싶은 영화를 가장 여유 있게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연상, 연하, 질투, 오뎅, 사랑에 대해 차분하고 조용하게 이야기하는 감독의 성숙된 시각을 만날 수 있다. 질투하고 싶어도 그럴 대상이 없는 사람은 앞으로 다가올 남자들과 복잡한 미래를 즐겁게 조망해 보면 된다. “남자는 어릴수록 좋은가, 나이가 많을수록 좋은가!” 등등의 행복한 고민과 함께 멋진 연애에 대한 끝없는 상상을 펼칠 수 있다. 이런 영화를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성인인 나 자신이 멋지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새벽 2시에서 4시 사이! 〈나인 하프 위크〉

누구도 깨어 있지 않은 시간, 무엇이든 볼 수 있는 은밀한 시간이다.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흘러도 화면의 촌스러움이 극에 달할 때까지 〈나인 하프 위크〉를 주장하는 이유는 알 수 없다. 다만 아무리 그 후로도 오랫동안 그 어떤 영화가 에로틱하고 자유로워도 여전히 킴 베이신저, 미키 루크를 추억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의 그 느낌 때문일 것이다. 비밀스럽고, 남다르게 섹시해지고 싶고, 영화 속 주인공처럼 퇴폐적인 사랑의 구속이 궁금할 때 이 영화를 만나면 남다른 기분이 된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처음 느낌 그대로인 영화!

정승혜/씨네월드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