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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너는 찍고, 나는 쏘고>
2004-01-15

포르노배우를 짝사랑하는 유학파 영화학도, 직접 세일즈에 나선 청부 살인업자, 몇푼 안되는 도박빚 때문에 사위에게 살인을 해달라고 떼쓰는 장모, 그런 아내를 죽여달라는 장인. 20일 관객을 만나는 홍콩영화 <너는 찍고, 나는 쏘고>는 이런 황당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대사와 장면 곳곳에 숨어 있는 감독의 재치가 기분 좋은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만드는 영화다. 영화속 유머는 유치하지만 신선한 발상은 손뼉을 치게 하고 줄거리는 황당하지만 영화를 보고 있으면 어느새 주인공들의 행각에 동참하게 된다.

주인공 바트는 알랭 드롱을 꿈꾸는 살인청부업자. 이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이름을 날리고 있어 벌이는 좋은 편이지만 문제는 지독한 불경기다. 청부살인도 직업인지라 그도 더 좋은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선사하기 위해 고민이 많다.

이곳저곳 전화를 돌리며 고객을 찾아나서는 바트. 어느날 돈 많은 한 부인으로부터 청부 살해 장면을 카메라로 찍어달라는 주문을 받는다. 하지만 비전문가인 그가 살인에 촬영까지 두 가지 일을 하기는 쉽지 않다. 화면은 흔들려 알아볼 수 없을 지경이며 녹음상태는 엉망이어서 무슨 말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니 고객이 만족은 제로 상태다.

그러던 어느날 그의 앞에 반가운 녀석 한 명이 등장한다. 바로 미국 유학파로 포르노 영화의 스태프로 일하던 추엔. 바트는 청부 살인의 대상이던 그를 살려주는 대신 함께 영화를 찍자고 제안한다.

화려한 팀워크을 이루며 각각 '쏘고' '찍기'를 반복하는 두 사람. 이들 앞에 새로운 청부 살인 의뢰가 들어온다. 잔인하기로 소문난 '쌍권총 홍'을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살해하고 촬영해달라는 것. 게다가 바트는 비장한 대사로 연기까지 해야 한다.

영화는 화장실 유머와 '농담따먹기'식 말장난으로 웃음을 주는 동시에 청부 살인이 흔해질 만큼 너무나도 잔인해진 세상을 풍자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쿨'한 프로 킬러를 꿈꾸는 바트는 부자들의 입맛에 맞는 '살인'을 위해 우왕좌왕하고 마틴 스콜세지를 꿈꾸는 추엔은 포르노 영화를 찍으며 현실과 타협했다.

감독은 이 영화로 데뷔한 서른 살 에드먼드 펑. 왕자웨이가 제작한 <첫사랑>에서는 메가폰을 잡기도 했던 코미디언 갈민휘가 주인공 바트역을 맡았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2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돼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상영시간 94분.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