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시 열풍을 피하여 할리우드를 떠나 유럽을 전전하던 줄스 다신의 그리스영화 <일요일은 참으세요>는 여러모로 <리피피>로 재기에 성공한 감독의 여유로움이 묻어 있다. 필름누아르 위주의 전작과는 달리 <일요일은…>은 뮤지컬적 요소가 가미된 코미디일 뿐만 아니라 자신을 배신했던 동료 영화인들도 포용하는 자세를 보여주기 때문인데, <리피피>에서 감독이 동료를 밀고한 배신자로 직접 출연하여 가차없이 처단된다면 <일요일은…>에서는 만인의 적 ‘노 페이스’의 사주를 받은 것이 발각되지만 용서받는 미국인 호머로 등장한다.
다개국어에 능통하고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메데아>를 15번 보며 그리스 비극을 희극으로 각색하길 좋아하는 일리아는 돈을 받고 사랑을 파는 거리의 여인이지만 사랑을 나눌 상대는 자신이 선택한다. 일리아 역의 멜리나 메르쿠리는 이듬해 <버터필드8>에서 또 한명의 창녀를 연기한 리즈 테일러에게 오스카를 양보하지만 40살의 행복한 창녀를 사랑스럽게 연기한다.
아나모픽이 지원되지 않는 1.66:1 화면비의 영상은 가끔 포커스가 어긋나고 화면이 흔들리긴 하지만 대부분의 장면에서 괜찮은 흑백영상을 선사한다. 2채널 모노 사운드 역시 나이를 속이진 못하지만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한 귀에 익은 테마송은 여전히 흥겹게 들린다. 호머는 엔딩에서 엘리아와 자고 싶었다고 고백하는데 6년 뒤 줄스 다신은 실제로 메르쿠리와 결혼하였다.
조성효
Never on Sunday I 1960년 I 줄스 다신 I 1.66:1 레터박스 I DD 2.0 (모노) 그리스어, 영어 I 한국어, 영어 I 스펙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