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플린 전기에 의하면, <황금광 시대>의 아이디어는 황금을 찾는 시굴자들의 사진과 캘리포니아로 이주하던 사람들의 비극적 이야기에서 따왔다고 한다. 유사한 분위기의 이야기를 코미디로 이끌어간 버스터 키튼의 <얼어붙은 북쪽>, 혹은 비극적 드라마로 그린 안토니아 버드의 <블러드 솔져>와 비교해보면 코미디와 드라마를 결합하는 채플린의 능력이 잘 드러난다.
<황금광 시대>는 채플린의 장편으로선 초기작임에도 불구하고, 그 희극적 특성은 이미 완성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인육까지 먹었다던 실제 사건처럼 떠돌이 찰리 또한 극한 상황에 부딪히지만, 영화는 코믹드라마로 기능한다. 채플린이 스스로 말했듯이, 비극이 희극정신을 자극한다는 역설적 사실의 대표적인 예라고 하겠다. <황금광 시대>의 비현실적 설정은 현실의 극악함과 작가의 순수한 꿈을 그리기 위한 완벽한 장치였다. 현실에 저항하는 방법으로 웃음을 선택했고, 풍자를 넘어 비극과 휴머니즘이 결합된 행복한 결말을 보여줬던 몽상가, 채플린이 새삼 그립지 않을 수 없다.
연전에 프랑스의 예술영화 전문 제작, 배급사인 MK2(엠까뚜)사는 채플린의 유족으로부터 영화 판권과 필름을 획득했다는 뉴스를 발표했다. 이어 복원 작업의 결과물이 올해 칸영화제에서 선보였으며, 아울러 프랑스 외 지역 배급은 워너브러더스사가 맡은 가운데 출시된 DVD 또한 큰 주목을 받았다. DVD는 MK2의 복원 스타일인 짙은색 표현을 바탕으로 부드럽고 깊은 느낌이 잘 살아 있다. 하지만 PAL에서 전환된 영상은 기존 이미지사 출시판에 비해 그 섬세함이 덜하고, 무엇보다 일부 장면의 크롭으로 인해 화면 왜곡이 발생한다는 게 문제다.
9장의 디스크로 구성된 채플린 컬렉션 1차분에는 <황금광 시대> <모던 타임즈> <위대한 독재자> <라임라이트>가 포함되어 있다. 부가영상은 크게 채플린이 남긴 것과 MK2 자체 제작물로 나뉜다. 영화의 신비를 위해 제작에 대한 언급을 매번 꺼렸으면서도, 스틸이나 제작 기록 등에 충실을 기했던 완벽주의자 채플린이었기에 풍부히 남아 있게 된 자료들은 아이러니한 즐거움이다. 여기에 다르덴 형제, 이드리사 외드라오고 등 MK2표 감독에서부터 케빈 브라운로 같은 다큐 작가까지 참여한 MK2 자체 제작물들이 더해졌으니 웬만한 채플린 전기가 안 부럽다. (이용철)
Gold Rush/1942년(채플린 내레이션), 1925(무성) / 감독 찰스 채플린 / 상영시간 69분(1942), 95분(1925) / 화면 4:3 풀스크린 / 사운드 DD 5.1 & 2.0 영어, 프랑스어 / 자막 한국어, 영어 등 / 출시사 워너
▶▶▶ [구매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