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국내뉴스
넘쳐서 모자랐던 ‘그들만의 잔치’, 연말 방송사 각종 시상식
전종휘 2004-01-03

지난 연말 지상파 방송사는 예고된 대로 가요·연기·연예 관련 시상식을 일제히 열었다. 주요 연예인 확보용이니 전파 낭비니 하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방송사들은 한해의 마지막 사흘 밤 9~10시 시간대에 이들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본래 상이란 주고받는 이 모두 기쁘고, 보는 이들도 축제의 분위기에 휩싸인다. 그래서 많을수록 좋다고들 한다. 더구나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긴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명멸하는 방송계에서 꼭 필요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이 이들 시상식에서 상을 남발한 행태는 시청자들에게 기쁨을 전염시키기보다는 코웃음을 치게 만들었다. 특히 ‘최우수’라는 이름이 붙은 연기상을 남녀 모두 공동 수상하게 한 한국방송의 경우는 정도가 지나치다. 한국방송은 최우수 연기상 남자 부문은 〈보디가드〉의 차승원과 〈노란 손수건〉의 김호진한테 한꺼번에 줬고, 여자 부문은 〈로즈마리〉의 유호정과 〈노란 손수건〉의 이태란에게 공동 시상했다. 최우수가 두 명이라는 얘기는 그 자체로 양립할 수 없는 형용 모순이다. 한국방송은 우수연기상 여자부문(엄정화, 추상미, 공효진)과 신인상 여자부문(한가인, 마야, 한지혜)에서는 무려 3명에게 상을 배분하기도 했다. 이밖에 인기상, 단막특집상, 베스트커플상도 각각 두 사람 혹은 팀에게 상을 나눠줬다. 지난해 한국방송 드라마 가운데 〈상두야 학교가자〉나 〈로즈마리〉처럼 드라마적 완성도나 신선함에서 평가를 받은 드라마가 적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방송사에 비해서는 조금 열세였다는 평가가 대세라는 점에서 상의 남발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나눠 먹기로 상의 가치를 떨어뜨리기는 에스비에스도 마찬가지다. 시트콤 연기부문에 박준규가 상을 받았지만 이는 시작한 지 얼마안돼 다른 부문에서는 상을 받지 못한 〈압구정 종가집〉팀에 상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박준규가 수상소감에서 “내가 받을 상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한 것은 알쏭달쏭하게 다가온다.

문화방송의 이영애와 에스비에스의 이병헌 등 한국방송을 뺀 나머지 2사의 연기대상은 예상대로 해당사 드라마 가운데 최고의 시청률로 광고수입 확장에 결정적 기여를 한 연기자에게 돌아갔다. 물론 두 연기자의 연기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방송사의 시상 기준이 다른 곳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31일 밤에는 가수이자 드라마 데뷔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비와 중견 연기자 유동근, 김희애가 불과 1~2시간 사이에 3개의 지상파 가운데 두 군데씩을 겹치기 출연하느라 무척 바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가요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가수가 반주에 맞춰 자신의 노래를 라이브로 부르면서 음정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