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만화들이라 부르자. 익숙한 기대감과 서스펜스의 짜릿함을 즐기는 만화들이 아니라 나른하고, 불편하고, 졸리고, 그러다 보면 슬프고 그 안에 내 모습이 있는 그런 만화들이다. 한국 만화의 약점인 다양성을 메워가는 만화들이다.
크게 주목받고 있지 못하지만 은근히 많은 팬들과 소통하는 만화들이다. 이향우의 만화는 동화 같고, 일상적이며, 가난하고, 감상적이다. 동화와 일상, 가난과 감상의 낯선 조합이 빛을 발해 이향우의 만화를 만든다. 그가 지닌 감성은 ‘순정’(純情)의 감정을 훌쩍 넘는다. 그의 만화는 그래서 꽤나 아슬아슬하게 지금까지 버텨왔다. <우주인>은 자기 색을 지닌 몇 안 되는 한국 만화잡지 <나인>에 연재된 만화다. 원래는 2개의 색으로 되어 있었는데, 이번에 아름다운 색을 입혔다. 작가에 의해 입혀진 색이라 원래의 것처럼 자연스럽다. 최근 복간되는 만화들 중 일괄적인 컴퓨터 작업을 통해 색을 입히는 경우가 있는데, 고려해볼 일이다.
<우주인>은 스스로를 ‘우주인’이라고 생각하는 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다. 우주인이라 지구 언어에도 낯설고, 사람들에게도 낯설다. 지구인은 이런 우주인을 ‘백수’라 부르지만, 우주인은 자신의 삶이 늘 바쁘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완결된 포맷으로 전개되는 만화가 아니라 자유롭게 매회 풀어지는 상상은 열려 있으며, 허구의 이야기 속에서 작가의 일상을 발견하게 한다. <스노우캣>이나 <마린블루스> 같은 인터넷 만화가 지닌 일상성을 거슬러올라가면, 이향우를 만나게 된다.
버려진(우주선을 타고 온) 강아지 눈탱이와 갑자기 나타난 고양이와 함께 살며, 모든 것이 불안한 비틀비틀클럽에 자주 출몰하고, 빨대를 이용해 소주를 즐기는 우주인은 참 넉넉하다. 1권에는 총 14편의 에피소드가 실렸는데, 제법 다양한 연출을 보여준다. 그중 일곱 번째 <雨酒>는 시선의 상하운동이라는 불편에 기초해 칸에 시선을 오래 머무르게 하는 독특한 연출방법이 사용되었다. 이야기와 어울리는 연출이다.
한편, 이 책의 출간을 기념해 2003년 12월22일 홍익대 앞 쌤쌤쌈지회관에서 ‘비틀비틀 클럽파티’라는 제목의 전시가 열렸다. 작은 공간이지만, 그 안에는 비틀비틀클럽도 있고, 작가가 모은 인형도 있으며, <우주인>의 페이지도 있다. 이향우 만화다운 작고 아름다운 전시이며, 평면을 공간에 옮긴 생생한 전시다.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한 독자와 대화, 정성을 다한 출판, 그리고 전시로 이어지는 알찬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
박인하/ 만화평론가 enterani@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