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주저리주저리 내리던 강원도 정선 가리왕산 계곡에서 <마지막 늑대>의 촬영은 계속되고 있었다. 범죄없는 마을 무위면의 파출소를 배경으로 두 경찰과 형사의 이야기가 그려지는 이곳이 바로 정선이다. 이날 촬영은 계속 쏟아붓는 비 때문에 결국 리허설을 하는 것만으로 끝이 났다. 사선에 선 강력계 형사로 살아왔던 형사 최철권(양동근)은 공사장 엘리베이터에 갇혀 3일을 보낸 뒤 강원도 정선의 산골마을 파출소로 자원하지만 이곳을 지키고 있는 순경 고정식(황정민)은 농사를 짓다가 ‘멋지게’ 살고 싶어 6번 도전 만에 경찰시험에 합격한 인물로, 고향보다 더 깡촌인 이곳을 벗어나 제대로 된 경찰 노릇을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들의 관할구역은 산과 들. 평소 주임무는 돼지 새끼 아플 때 읍내에 날라주기, 닭 도망갔을 때 잡아주기, 다리 위 가로등 전구 갈아껴주기 등이 일의 전부. 가끔 경찰다운 폼을 잡아보지만 총은 이미 녹슬어 있고, 도박판을 덮친다는 것이 동네 노인들 10원짜리 화투판이었고, 음주 단속에 나섰더니 걸리는 건 새참 먹고 경운기 몰고 오는 동네 어르신들이다.
그러던 어느 날 주민이 적고 범죄 발생률이 낮은 파출소는 폐쇄한다는 공문 한장 때문에 일하기 싫은 최 형사는 파출소를 지켜야 하고, 진짜 일을 해보고 싶은 고 순경은 파출소가 하루빨리 폐쇄돼 다른 곳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 영화는 일하기 싫어하는 형사와 일에 대한 의욕이 분출하는 경찰간의 대결과 우정, 파출소가 폐쇄될 위기 때문에 범죄를 만들어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영화의 초점이 맞춰진다. 주연인 양동근, 황정민 외에 장항선, 노주현, 조희봉 등 스크린과 TV를 넘나들며 개성 넘치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특급조연들의 색깔있는 연기도 함께 어우러져 있다.
영화 <마지막 늑대>로 구자홍 감독의 데뷔작이자 제네시스픽처스의 창립작품으로, 현재 90%까지 촬영을 마치고, 내년 3월 개봉할 예정이다.
정선=사진·글 이혜정 socapi@hani.co.kr
♣ 비가 계속 내려 조명이며 기자재들을 전부 비닐로 가린 채 촬영을 계속 중인 <마지막 늑대> 팀. 그러나 결국 계속 내린 비 때문에 촬영은 다음날로 미루어졌지만 이번에는 엄청난 눈이 내려 혹한에 고생을 해야만 했다.(왼쪽사진)
♣ 일하기 싫어하던 양동근에게 언제나 성실하고 열심인 선배의 모습을 보여준 황정민은 영화에서와 마찬가지로 환상의 팀이다.(오른쪽사진)
♣ 무위사의 탱화를 훔치려는 독수리일당과 최철권 형사와 고정식 순경의 숨막히는 추격전이 벌어진다. 이날 취재진에 둘러싸여 리허설을 하고 있는 두 배우.(왼쪽사진)
♣ 자신의 밝은 성격에 비해 언제나 강하고 무겁고 어두우며 감정의 변화가 심한 인물을 연기했었기에 이제서야 나다운 연기를 하고 있다는 황정민.(오른쪽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