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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대수사선2> <호미사이드> 코믹 형사물 2편
2003-12-09

■ 춤추는 대수사선 2

도쿄의 오다이바 섬을 관할하고 있는 완간경찰서가 담당하는 사건은 자잘한 것들뿐이다. 여자들의 목을 깨물고(단지 깨물기만 하고) 달아나는 특이한 치한, 일가족이 함께 출동하는 가족 소매치기단 정도면 이 경찰서의 주요 수배자다. 그런 오다이바 섬에서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본청에서 수사팀을 파견해 완간경찰서 안에 수사본부를 차린다. 수사본부장 오키다는 성공에 대한 야심이 강하다. 가시적 성과에 혈안이 돼 현장의 의견을 듣지 않고, 완간경찰서가 담당하고 있던 자잘한 사건은 무시해버린다. 1998년에 나온 전편에서 혈기왕성했던 완간경찰서의 아오시마(오다 유지) 형사는 다시 속이 끓기 시작한다.

영화는 두가지 면에서 경찰조직의 관료성을 드러낸다. 그 하나는 본청 간부들의 접대에 바쁜 완간경찰서 간부들의 태평하고 보신주의적인 모습이다. 다른 하나는 상명하복만을 요구하는 오키다 본부장이다. 전자는 코미디를 연출하고, 후자는 갈등을 고조시키는 구실을 한다. 독특한 건 범죄집단이 개인주의를 중시하는 무정부주의자들이라는 점이다. 대기업에서 정리해고된 범인들은, 누가 리더라고 할 것도 없이 수평적으로 연대한다. 영화는 이들의 개인주의와 경찰의 관료주의를 양극단에 놓고서, 조화와 융통성을 갖춘 조직을 이상향으로 제시한다. 범인 중 한명이 아오시마에게 말한다. “조직에 구속된 너희들은 우리를 이길 수 없어.” 아오시마가 받아친다. “훌륭한 리더가 있으면 조직은 불필요한 게 아니야.”

아오시마가 옳았다고 말하는 이 영화는 그 교과서 같은 메시지나, 웃기려 할 때와 감동을 주려 할 때 화면과 음악을 티가 팍팍나게 바꾸는 연출 모두 40%쯤 세련되고 60%쯤 촌티나는 전형적인 기획영화다. 그게 밉지 않은 건 영웅적인 액션 같은 옆길을 넘보지 않고 아기자기함을 유지하는 모습과, “우리(관할 지역경찰서 경찰)에겐 살인 사건 못지않게 치한과 소매치기를 잡는 게 중요해”처럼 뜻밖에 울림을 주는 몇마디 대사 때문이다.

코미디를 섞은 형사 드라마 두편, 일본 영화와 미국 영화가 12일 동시에 개봉한다. 모토히로 가쓰유키 감독의 〈춤추는 대수사선 2〉와 론 셸턴 감독의 〈호미사이드〉는 둘 다 코믹 형사물인 데 더해 중요한 갈등을 경찰 조직 내부에 둔다. 주인공 경찰은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고, 교범보다 현장을 중시한다. 그런 캐릭터가 경찰 조직, 경찰 상부와 마찰을 빚는다. 그러나 조직과 개인의 갈등에서 옹호하는 쪽이 조금씩 다르다. 아무래도 〈춤추는…〉은 조직 쪽이고, 〈호미사이드〉는 개인 쪽이다. 〈춤추는…〉은 올해 일본에서 2천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흥행대작이기도 하다.

■ 호미사이드

로스앤젤레스 한 클럽에서 래퍼들이 살해당한다. 고참인 가빌란(해리슨 포드)과 신참 칼덴(조시 하트넷) 파트너가 사건을 맡는다. 가빌란은 형사직 외에 부동산 중개업으로 부수입, 아니 주수입을 올리고 있다. 배우가 되려고 하는 칼덴은 칼덴대로 연기 대본 외기에 바쁘다. 수사하다 딴짓하기 일쑤인 둘은 그래도 냄새를 잘 맡고 범인을 찾아간다. 음반사 사장에게서 구린내를 맡을 즈음에, 가빌란을 내사중인 감찰부 형사가 애를 먹인다. 〈호미사이드〉는 딱히 뭐라고 정의하기가 힘든 영화다. 버디영화의 틀을 썼지만 두 형사 사이엔 불화나 갈등이 없다. 둘은 서로 양해해가며 부업에 바쁘다. 음반 시장이나 경찰 내부의 문제에 사실적으로 다가가지도 않는다. 여기저기 기웃대며 설렁설렁 이야기가 흘러간다. 그러다 보면 가빌란을 내사하는 감찰부 형사와, 경찰이었던 칼덴 아버지의 의문의 죽음이 연관돼 있고 그게 또 구린내나는 음반사 사장과 끈이 닿는다. 이건 굳이 뭐라고 정의할 필요가 없는 영화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설렁대는 흐름을 따라가는 게 재미 없지만은 않다. 주제가가 흥겹고 모처럼 구악경찰 같은 모습을 연기한 해리슨 포드를 보는 것도 어쩌면 별미가 될 수 있다. 12일 개봉. 임범 기자 ism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