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스(www.comix.co.kr)
코믹스가 또 한번 모습을 바꿨다. 1994년 신일섭, 강성수, 오영진이 주축이 되어 무크지 <만화실험 봄>을 펴낸 뒤 1997년 <히스테리>로, 1998년 <지하만화 바나나>로, 1999년 웹사이트 ‘코믹스’로 변신한 뒤 2001년 계간 <코믹스>를 펴내고, 다시 웹으로 돌아와 모습을 바꾼 것이다. 그들은 자존심과 깡으로 10년이 넘는 세월을 이겨냈다. 그 중심에는 만화가이자 퍼포먼서인 신일섭이 있다. 나는 그와 그들이 앞으로 10년도 더 넘는 세월이 흘러도 그들이 하고 싶은 ‘코믹스’표 만화를 창작할 것이라고 믿는다. 지난 10년 동안 그와 그들이 보여준 에너지는 앞으로 10년을 보장하고도 남는다.
코믹스는 한국 언더그라운드 만화, 독립만화, 비주류 만화의 ‘혼’이다. 그리고 신일섭은 그 혼을 지탱해온 불멸의 에너지다. <만화실험 봄>을 거쳐 <히스테리>로 진행될 쯤, 신일섭은 만화보다는 퍼포먼스에 빠져 있었다. 인디밴드를 만들고, 우스꽝스러운 복장으로 등장해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사람들은 그의 방향을 의심했다. 그가 만화 대신 퍼포먼스로 나서는 것이라 생각했고, 만화가라 부르기를 주저했다. 그들의 만화는 상업잡지에서 보여주는 일관된 흐름 대신 날것 그대로의 생경함이 가득했다. 이것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했다. 그러나 2003년 11월 새롭게 문을 연 코믹스를 통해 바라본 신일섭과 코믹스 작가들의 행보는 다른 어떤 작가들보다 솔직하고, 열정적이다.
이번 사이트 개편은 코믹스 작가의 전체적인 정황을 살펴보기에 효율적이다. 지속적 업데이트가 가능한 작가는 ‘코믹스 작가들’로 구분했고, 예전부터 함께 활동해온 작가들의 작품은 ‘코믹스 뮤지엄’으로 구분했다. 이들 메뉴에 들어가면 개별 작가들의 만화를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코믹스 스페셜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메뉴도 인상적이다. ‘산보’라는 신일섭의 만화는 디지털카메라와 만화를 결합시킨 새로운 시도로 참신하다. 팝업창을 이용한 에테르의 한칸만화 역시 매력적이다. 많은 작가들의 작품을 새롭게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지만, 몇명만 언급해보자. 먼저 심대섭. 그는 한국만화에 보기 드문 스타일의 실험을 보여준다. 유럽 만화에서는 일반적인 타르디나 휴고 플라트가 보여준 ‘흑과 백’ 스타일의 만화나 팝아트적인 컬러의 만화 등을 볼 수 있다. 흥미롭다. 곽상원이 보여주는 감성은 한국에서 만나기 힘든 사이키델릭의 감성이다. 그의 신작인 <Reset>을 보라. 사이키델릭함이 어떻게 만화를 통해 드러나는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신일섭의 낙서만화는 진정성의 만화다. 어설픈 낙서만화는 키치와 닮아 있지만, 그의 낙서에는 이 땅에서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만화가로 살아가는 한 인간의 실존이 담겨 있다. 북한 경수로 공사 현장에서 보내오는 오영진의 만화도 최고의 르포만화다.
원고료 한푼 없이 코믹스를 끌어가는 작가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바로 이런 실천이 ‘박제된’ 한국 만화를 변화시킨다.
박인하/ 만화평론가 enterani@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