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매혹시킨 반항아 말론 브랜도>
전기처럼 깨지기 쉬운 장르도 드물다. 사실 정보와 작가의 주관 사이에서 외줄을 타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생존 인물이라면 외줄은 더욱 가늘어진다. <세계를 매혹시킨 반항아 말론 브랜도>의 저자 패트리샤 보스워스는 그런 외줄에 올랐다.
대부분의 전기는 인물의 어린 시절 경험이 이후 삶에 끼친 심리적 영향을 거르지 않는다. 어머니를 학대하고 아들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아버지. 젊은 말론 브랜도에게 배우의 길은 그런 아버지를 향해 ‘내가 이렇게 존재한다’는 걸 시위하는 길이기도 했다. 브랜도의 분장사로 40년을 함께한 필립 로즈가 거든다. “나는 말론에게 아버지를 향한 분노에 초점을 맞추는 방법을 가르쳐줬고, 그가 창조적으로 그 분노에 물꼬를 트도록 도와주었다.”
전기 읽는 재미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시시콜콜한 일화들이다. 브랜도 특유의 툭툭 끊기는 웅얼거림까지 흉내내는 제임스 딘에게 브랜도는 엄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너 자신이 되어야지.” 딘의 반응은? 높은 소리로 낄낄거리는 묘한 웃음을 터뜨렸고 브랜도는 정신과 의사를 찾아볼 것을 권했다.
일급의 전기는 누구나 부지런 떨면 입수할 수 있는 자료들을 적절히 선택, 배치, 인용함으로써 저자의 관점을 암시하는 효과까지 낸다. 여기에 저자의 직접 체험이 더해지면 금상첨화. 저자는 수화 통역자를 가운데 두고 청각장애인 연기자들을 인터뷰하면서 가장 좋아하는 배우가 누구냐고 물은 적이 있다. 말론 브랜도라는 대답에 그 까닭을 묻자 그 연기자들의 대답인즉, “그가 말하는 것을 듣지 못해도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단연 일급의 전기다.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