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colo a Milano | 1951년감독 비토리오 데 시카출연 프란체스코 골리사노 EBS 12월7일(일) 낮 2시
영화사적 고전으로 추앙받는 영화 중에선 의외로 쉽고 대중적인 영화도 적지 않다. <자전거 도둑>(1948) 역시 비슷한 예가 된다. 자전거를 잃어버리고 생계수단이 막막해진 사람들. 어떤 이야기가 진행될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비토리오 데 시카는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대표적인 감독이다. <구두닦이>(1946)와 <자전거 도둑> 등은 감독이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에 카메라를 들이댄 작품들이다. 비극적이면서 현실의 암울함 때문에 도덕적 딜레마에 처한 인물이 등장한다. <밀라노의 기적> 역시 출발점은 다르지 않다. 빈민촌이 나오고 집없이 떠도는 사람들이 화면에 나온다. 그런데 영화는 가볍고 경쾌하다. 채플린의 코미디영화를 보듯 쓸쓸한 유머가 배어 있는 것이다.
영화는 한편의 무성영화 같다. 도입부는 대사를 배제하고 화면만으로 구성된다. 한 부인이 야채 밭에서 갓 태어난 아이를 발견한다. 부인은 이 아이를 정성껏 기르지만 곧 세상을 뜨고 아이 토토는 고아원으로 보내진다. 성인이 된 토토는 밀라노의 번화가로 간다. 잠자리를 구하지 못한 토토는 빈민촌에서 생활하게 되고 그는 사람들을 위해 집을 지어줄 결심을 한다. 그런데 어느 날, 광장 한가운데서 석유가 뿜어져 나온다. 땅 주인은 권력을 동원해 판자촌 사람을 몰아내려고 한다. 줄거리만 보고 <밀라노의 기적>을 무거운 드라마라고 보면 곤란하다. 판자촌 사람들은 힘겨운 삶을 살아가지만 그들 곁엔 가벼운 농담이 함께한다. 풍선에 매달려 허공을 날아다니는 사람 정도는 흔한 풍경이다.
<밀라노의 기적>은 현실의 암담함으로부터 기발한 상상력과 유머의 세계로 도약한다. 죽은 부인의 영혼이 나타나 주인공에게 신비로운 비둘기를 선물하고, 영혼들은 길거리에서 춤추듯 돌아다닌다. 실외에서 대부분 촬영한 탓에 영화는 당시 이탈리아 사회를 반영하는 것에 충실하다. <밀라노의 기적>은 비평가 앙드레 바쟁의 상찬을 받은 것으로 기억된다. 바쟁은 데 시카의 리얼리즘을, 그 시정(詩情)에 특히 의미를 두었다. 영화에 대해 그는 데 시카가 자신이 창조한 피조물, 다시 말해서 캐릭터에 대해 깊은 애정을 품고 있으며 같은 이유로 “데 시카 이상으로 채플린의 유산을 이어받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인물은 없다”고 공언한 것이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garo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