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을 통해 먼저 알려진 영화 <오구>는 그래서인지 영화의 형식에서 조금 빗나가 있다. 기실 굿이야말로 가장 연극적인 소재임에 틀림없는 이유도 있을 터지만, 빈번히 발견되는 롱테이크도 연극무대 위의 1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78살 할머니 시집 보내기’라는 홍보 문구를 통해서는 다소 짐작하기 어렵겠지만, 죽음을 앞둔 황씨 할매(강부자)가 자신을 위해 벌이는 오구굿을 통해 이승에서의 갈등을 해소한다는 것이 이 영화의 대강의 줄거리다. 즉, 오구굿과 장례식이 이 영화의 주연인 셈이다. 연출은 처음인 이윤택 감독은 왜 이미 연극으로 존재하는 <오구>를 영화로 만들 생각을 했을까. 시나리오 각색 작업과 편집일을 부탁받고서 강미자(38)씨가 제일 먼저 떠올린 의문은 이것이다. “감독님은 연극 <오구>에 영화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 있다고 하셨어요. 다시 말해 영화로 풀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거죠. 영화라는 새로운 접근법이 더 재밌는 해석을 낳을 수 있겠다고, 시작해보자고 하셨죠.”
연극을 영화적으로 구성해나가면서 이야기는 더 단순해졌으며, 새로운 상황들이 설정됐다. <오구>는 이제 완전히 새로운 옷을 입은 셈이었다. 그래도 강미자씨는 조감독 자리만큼은 사양하고 싶었단다. 조감독과 편집자는 호흡의 횟수가 다른 자리였다. “시나리오를 각색하다보면 영화 자체에 깊이 몰입하게 되고, 자연스레 연출자의 호흡이 생기게 돼요. 쉽게 얘기하면 영화를 객관적으로 보기가 힘들어진다는 말이죠. 편집을 하려면 영화에서 한 발짝 물러나는 ‘거리두기’가 필요하거든요.” 제일 처음 시나리오의 일부를 영화적으로 고쳐서 감독에게 보여준 게 단초가 됐다. 세번의 사양 끝에 결국 그녀는 두개의 직함을 허락했다. 이것도 인연이려니 했다. 하지만 그녀가 우려했던 두 작업 사이의 호흡 전환은 의외의 실마리 하나로 어렵지 않게 이뤄졌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이거다 하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관객에게 감독의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그때 직감적으로 느꼈어요. 그 느낌은 조감독일 때나 편집자일 때나 마지막까지 그대로 이어졌어요.”
영화를 완성하고 나서, 다시 한번 그때 그 느낌을 확인했다는 강미자씨는 그래서 <오구>가 특별한 필모가 될 것 같다고 말한다. 롱테이크가 많은 덕에 물리적으로 화면을 잘라내야 하는 경우에도 뚜렷한 원칙 하나가 있었으니, 그로선 작업의 보람을 느낄 만했다. 하지만 현장 상황은 어려웠다. “일단 투자 유치가 쉽지 않았어요. 악조건 속에서 영화를 찍다보니 다들 즐거움을 한 가지씩 찾으며 정신력으로 버텼죠. 내 작업으로 인해 영화가 더 나아질 수 있기만을 바라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지탱해나갔어요.” 올해 그녀는 편집실을 열었다. 아직 시작일 뿐이지만, 얽매이지 않고 조급하지 않은 자세로 작품의 질적 수준을 맞춰나가는 게 지금의 목표다. 학생들 앞에 서기도 하는 그녀는 현장에서의 경험과 즐거움을 어떻게 그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 중이다.글 심지현·사진 오계옥
프로필 1966년생·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대학원 졸업·<오구> 편집·현재 우리 편집실 운영·한겨레 영화학교 편집 강좌 전임 강사·영상원 편집 강의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