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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현장] 영화 <효자동 이발사>
2003-11-18

'만세만세 성한모', '출세했다 성한모', '한미외교의 주역', '우리들의 호오-프'. 17일 오후 전라북도 완주군에 위치한 영화 <효자동 이발소>(제작 청어람)의 오픈 세트장. 대통령의 이발사 성한모(송강호)의 귀국 환영회가 한창이다. 흘러나오는 멜로디는 그 시대 노래 '감격시대'의 아코디언 소리. 화환에 플래카드까지 흔들고 있는 한 무리의 동네 사람 뒤에는 '태양 캬라멜'의 광고 전단이나 '쥐는 살찌고 사람은 굶는다'는 공익 포스터가 알맞게 낡아 찢겨 있다.

<효자동 이발사>는 소박하게 살아가던 이발사가 우연히 대통령의 이발사가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휴먼 코미디. 영화는 사사오입 개헌, 4.19 혁명, 새마을 운동, 10.26 사태 등 한국 현대사의 격변 속에 살았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웃음과 감동을 버무려 보여준다.

이날 촬영분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1972년 박정희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직후. 이전까지 청와대를 남몰래 오가던 한모의 모습이 대통령을 쫓던 TV 카메라를 통해 이 마을까지 전파를 타고 이를 처음 알게 된 이웃들은 귀국하는 그를 위해 환영회를 마련한다. 환영회가 열리는 곳은 효자동 3거리. 제작진은 전북 완주에 실제 크기의 60% 정도로 당시의 효자동을 재현했다.

주름 치마에 학도병, 한모의 모습이 안보이는 듯 기웃거리는 동네 아줌마들까지 함성을 지르며 환영하는 사람들 앞에 갈색양복을 빼입고 양손에 여행가방을 든 송강호가 어깨를 흔들며 멋쩍게 걸어온다. 한모가 마을 사람들과 악수를 청하자 한껏 고조되는 분위기.

영화에서 이발사 송강호의 상대역 '면도사' 민자역을 맡은 배우는 <오아시스>, <바람난 가족>의 문소리다. 두 사람은 덜컥 쳐버린 사고로 민자가 임신을 하자 결혼을 한다. 환영회에 나온 문소리는 마을 사람들이 한모에게 이끄는 손을 뿌리치며 쑥스러워 하고 있다.

작은 규모라도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 장면이라 촬영은 한번에 OK 사인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교복이 한 두 명 더 있어야 겠는데…', '기웃거리는 아줌마들 연기가 어색해…', '오른쪽으로 뛰쳐나오는 아줌마가 한 명 더 있어야겠다' 등이 감독을 비롯한 연출부의 지적. 여기에 카메라 플레쉬를 터뜨리는 기자들도 한몫한다.

영화는 <묻지마 패밀리>, <품행제로>, <선택>, <여섯개의 시선> 등을 배급한 영화사 청어람의 첫 제작 작품이며 한국영화아카데미 13기 출신의 임찬상(34) 감독의 데뷔작이다. 감독은 "60~70년대 정치적 변화와 흐름이 평범한 서민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었는지 되짚어보고 싶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서너 번의 리허설과 비슷한 횟수의 촬영 끝에 만족할 만한 그림을 담아낸 뒤 이어지는 다음 장면은 한모의 '신분'을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이 그에게 '청탁'을 하는 장면.마을 사람들은 아들을 군대에서 빼달라는 부탁에서부터 꿔준 돈 안 갚을 수 없겠느냐는 상담까지 이제 대통령의 '측근'이 된 한모에게 민원을 넣는다. 이날 효자동 이발사의 이발 의자에 앉은 사람은 앞집의 쌀집 최씨. "아주 친한 선배인데 말야, 춘천에서 출마하고 싶다는데 말야. 공천을 받아야 하는데 그것 좀 어떻게 안될까?"

지난 9월 중순 촬영을 시작한 <효자동…>는 올해 연말까지 순제작비 34억을 들여 촬영을 진행한 뒤 내년 3월께 개봉할 예정이다.(완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