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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아메리칸 파이 웨딩>
2003-11-15

철딱서니 없던 그녀석, 장가간다고?

10대 시절 애꿎은 파이에 주체불능의 성욕을 한풀이했던 철딱서니 없던 청년이 드디어 장가간다. 〈아메리칸 파이 웨딩〉은, 졸업을 앞둔 남자 고등학생들의 넘치는 성적 호기심과 좌충우돌하는 욕망을 가벼운 농담으로 풀어내 큰 인기를 얻었던 〈아메리칸 파이〉의 3편이다.

과도하게 상냥한 아버지와 엽기적인 친구들 사이에서 고등학교와 대학 시절을 보낸 짐(제이슨 빅스)은 졸업 뒤 결혼을 결심한다. 상대방은 1편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에게 첫경험을 선사해준 미셸(앨리슨 해니건). 짐은 철이 들기는커녕 고등학교 때보다 상태가 더 안 좋아진 친구 스티플러(숀 윌리엄 스콧)에게 결혼사실을 비밀에 부치려고 한다. 그러나 용케 알아낸 스티플러는 계속해 사고를 터뜨리며 짐을 궁지로 몰아넣고 미셸의 참한 여동생마저 넘본다.

〈아메리칸 파이〉는 그 야한 농담에도 불구하고 10대에서 대학 시절을 거쳐 그리고 결혼으로 완성되는 고전적인 성장(담)의 룰을 지켜나간다. 짐과 친구들은 결혼을 준비하면서 요란한 총각파티를 벌이고, 결혼식의 와중에도 친구 아내 할머니와, 친구 어머니와 다채로운 성적인 사고를 터뜨린다. 그밖에도 참한 아가씨의 어머니 마음에 들기 위해 배설물까지 입에 넣는 등 영화는 농담의 강도를 높여 관객들을 사로잡고자 한다.

그러나 툭툭 나열되고 반복되는 농담들은 1편에 비해 선도가 떨어진다. 분방하고 방만한 섹스가 이 영화의 큰 줄기인 결혼이야기와 그리 유연하게 섞이지 않는 것은 이미 기획과정에서 예정된 패착일 것이다. 다만 프러포즈를 하러 가면서 반지를 두고 간 아들 뒤치다꺼리에 부산하고, 섹스에 대한 외설적 표현을 태연하게 떠들어대는 며느리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상담해주는 짐의 아버지의 모습은 여전히 유쾌하고 매력적이다.14일 개봉. 글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