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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속 연인들 어려진다
2003-11-15

관객 연령층 낮아진 것이 큰 이유

양가 할아버지의 정혼으로 결혼하는 남자 대학생과 16살 여고생, 반항아 남고생과 평범한 여고생의 연애담, 어설픈 '여고딩'과 '싸가지'없는 남자 대학생의 로맨틱 코미디, '캡짱'과 '얼짱' 라이벌 관계의 두 남고생과 이들이 좋아하는 여고생의 로맨틱 드라마...

스크린 속에서 사랑을 나누는 남녀 주인공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 <내 사랑 싸가지>(사진), <그 놈은 멋있었다>, < …ing>, <어린 신부>, <늑대의 유혹>, <말죽거리 잔혹사>, <내 사랑 일진녀>, <여고생 시집가기>, <슈즈>, <돌려차기> 등 제작이 진행중이거나 크랭크인을 앞둔 영화들이 갖는 공통점은 주인공 중 한 명 이상은 고등학생이라는 사실.

이들 영화는 마냥 교훈적인 내용에 교실의 에피소드를 다루던 <얄개시대> 스타일의 학원물과 다르며 본격적인 로맨틱 코미디라는 데서 '세븐틴' 류의 청춘물과도 거리가 있다. '홍수'라고 표현할 만큼 많은 작품이 제작되고 있다는 점도 예전과 다른 양상.

이달 중 촬영을 시작하는 <어린 신부>(제작 컬쳐캡 미디어)의 여주인공 보은(문근영)은 열여섯 살 여고생. 양가 할아버지들의 젊은 시절 약속 때문에 바람둥이 대학생 상민(김래원)과 결혼해 티격태격하며 사랑을 키워간다.

임은경이 캐스팅된 <여고생 시집가기>(제작 더존필름)의 여주인공도 16살이 조금 안된 여고생. 주인공 '평강'은 16살이 되면 온달이라는 이름의 남자와 결혼해야 하는 운명이다.

28일 개봉을 앞둔 < …ing>(제작 드림맥스)의 여주인공인 여고생 민아는 로맨틱한 사랑을 꿈꾸지만 이상형과 전혀 딴판인 남자 친구 영재를 만난다.

송승헌과 정다빈이 출연하는 <그놈은 멋있었다>(제작 BM/LT픽쳐스)에서 두 사람이 맡은 역도 '킹카' 남고생과 '어리버리' 여고생이며 최근 촬영을 마친 <내 사랑 싸가지>(제작 포이보스, 제이웰엔터테인먼트)의 두 주인공 김재원과 하지원도 각각 '싸가지 없는' 대학생과 평범한 '여고딩'으로 출연한다.

유하 감독의 신작 <말죽거리 잔혹사>(제작 싸이더스)의 경우는 배경이 1970년대 후반이지만 주인공(권상우, 이정진, 한가인)은 모두 고등학생이다. 이밖에 <내 사랑 일진녀>(제작 미디어 황제)에는 고등학교 2학년을 유급한 '일진녀' 여고생이 등장한다.

주인공의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몇몇 영화는 캐스팅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한 영화 관계자는 "주연급 연기자 중 고등학생과 대학생 역할을 할 만한 경우가 한정돼 있는 상황이라서 캐스팅에 애를 먹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영화 속 인물의 연령대가 낮아지는 가장 큰 이유는 관객의 연령층이 낮아졌기 때문. <그놈은…>의 제작사 LT픽쳐스의 김세희 기획팀장은 "극장을 찾는 중고교 관객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을 마케팅 타켓으로 잡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학생 관객들을 기본 타켓으로 삼아 성인 관객까지 흡수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이유는 최근 불어닥친 인터넷 소설의 영화화 붐과도 관련이 있다. 대부분의 인터넷 소설들이 중고등학생 등의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 이들 영화 중 <…싸가지>와 <…일진녀>(이상 이햇님), <늑대의…>, <그놈은…>(이상 귀여니) 등이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한편, 이렇게 '젊은 혹은 어린'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가 쏟아지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는 않다. 미혼모가 되고 싶어하는 발칙한 여고생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 <슈즈>을 준비중인 청년필름 기획실의 문현정 팀장은 "비슷한 연령대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만큼 다른 영화와 차별화할 만한 개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