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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도에이 영화사 오카다 명예회장
2003-11-15

"일본 애니메이션 성공비결은 철저한 경쟁"

일본 최대 영화사 '도에이'(東映)의 오카다 시게루(79) 명예 회장이 15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문화콘텐츠 국제전시회(DICON 2003)를 참관하기 위해 방한했다. 도에이 영화사는 일본 배급 시장의 절반 이상을 좌지우지하는 일본 최대의 영화사.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으로 일본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아니메' 붐을 일으키기도 한 회사다. 오카다 회장은 올해 초 일본 언론이 영화 산업 영향력 1위로 꼽은 일본 영화계의 실력자로, 도쿄국제영화제 위원장과 도쿄 국제 아니메페어 실행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14일 오전 내한한 오카다 회장은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을 면담하고 15일 남양주 양수리 종합촬영소를 방문한 뒤 일본으로 떠날 예정이다. 이날 오후 행사장에서 만난 그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성공 비결에 대해 "철저한 경쟁을 통해 만들어지는 풍부한 콘텐츠 때문"이라며 "내년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후 투자나 공동제작에서 양국이 좋은 결실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오카다 회장과 일문 일답.

일본 애니메이션이 다른 나라에 비해 탁월한 성과를 낳는 비결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메'(일본 애니메이션) 붐이 일었기 때문이다. 사실 일본에서도 애니메이션의 전망이 좋지 않아 철수를 고려할 때가 있었지만 우연히 출판 만화 붐이 일어났다. 좋은 시나리오를 갖춘 만화가 방송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방영됐고, 또다시 영화화했으며 캐릭터 수출 호조로 연결됐다. 애니메이션 붐은 일종의 유행이고 우리는 이것을 놓치지 않았다.

이번 방문에서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투자나 공동협력 방안을 마련할 계획은 있나.

투자나 공동제작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직 없고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단계다. 한국 정부가 일본 대중문화의 전면 개방을 결정했으므로 앞으로 구체적 결실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도에이에서 제작에 참여한 <고>(GO)를 비롯해 한ㆍ일간의 합작 영화들이 양국에서 성공한 적은 없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합작 영화를 제작하려면 여러 나라의 사정을 모두 배려해야 한다. 결국 테마에 집중하지 못하고 좋은 영화를 만드려는 노력도 부족해지는 것이다. 합작영화를 만들려면 너무 깊게 두 나라가 작품에 대해 얘기하는 것보다 투자 혹은 감독 육성 지원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올해 일본에서 개봉한 한국영화의 흥행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다. 원인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

그동안 일본에서 성공을 거둔 한국 영화로는 <쉬리>가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가장 한국적이고 한국에서 밖에 만들 수 없었던 영화가 일본에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다.

한국의 일본대중문화에 대한 견해를 말해달라.

다소 늦었지만 환영한다. 일본의 자본력, 비즈니스 노하우와 한국의 기술력, 참신한 콘텐츠의 장점을 살리면 서로 도움이 되는 아이템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도에이의 한국 지사 건립에 대해서는 소문만 있을 뿐 결실은 얻지 못하고 있다. 한국 지사를 세울 계획은 있나.

생각해 보지 않았다.

한국의 애니메이션 시장은 좋지 못하다. 시장이, 혹은 작품 자체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필요한가.

내가 부위원장으로 있는 도쿄 국제아니마페어의 파일럿이나 학생 부문을 보면 한국 출신 수상자들이 많은 점으로 보아 성장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 일본의 경우 방송 특히 민영 방송이 애니메이션 발전을 위해 큰 역할을 했다. 한국은 민영방송의 수가 적어 쉽지 않을 것 같다. 애니메이션 붐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방송을 통해 이를 방영하고 인기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작가들이 자연스럽게 육성될 수 있는 분위기도 필요하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