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냐구요? 책을 읽으세요. 책에 다 있습니다.” 지난 2001년 겨울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가 공개된 뒤부터 지금까지 무수히 던져진 질문을 프로도 역의 엘리야 우드는 이렇게 받아쳤다고 한다. 퉁명스럽게 느껴지긴 하지만, 틀린 얘긴 아니다. 스토리에 대한 궁금증만큼은 원작을 들춰보면 어렵잖게 풀어낼 수 있다. 그런데 원작에 친숙하지 않은 이들도, 이제 더이상은 의문을 품을 일이 없다. 조만간 선보일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과 함께 절대반지의 폭풍 같은 운명도 종말을 고하게 될 테니까.
운명이 점지한 대로, 프로도는 절대반지를 파괴하기 위한 여정의 끝에 다다르고, 아라곤은 곤도르의 왕위를 계승하게 된다. 그러나 “고통없는 시련은 없고, 희생없는 자유는 없다”는 카피가 예고하듯, 이들은 적잖은 시련과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 이것이 3부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질 내용. 프로도는 반지를 소유하고자 하는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히고, 그 ‘보물’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한 골룸의 배신에 직면하게 된다. 곤도르에서는 왕위 승계를 두고 아버지 데네소르와 아들 파라미르가 반목하게 되며, 연합군은 악의 힘에 대항하기 위해 펠렌노르 전투장으로 향한다. 또 아웬은 아라곤과의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 영생을 포기한다.
2부가 전쟁 스펙터클에 주력하느라 원작의 본령을 해쳤다는 일각의 비난을 의식하는 듯, 3부에 대한 감독과 배우들의 인터뷰에는 ‘풍부하고 격렬한 감정’에 대한 언급이 빠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한층 업그레이드된 ‘볼거리’를 기대하는 팬들의 갈망을 저버릴 피터 잭슨이 아니다. “실사영화로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던 판타지 소설을, 눈과 귀가 황홀해지는 첨단 시각효과로 재현해냈다는 것이 1부와 2부의 성공 요인. 모든 여정이 마무리되는 3부는 스토리는 물론 비주얼에서도 3부작의 정점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피터 잭슨이 “영화사상 가장 거대한 전쟁영화가 될 것”이라고 자신한 3부의 하이라이트 펠렌노르 전투에는 무려 20만명의 오크가 등장한다고 전해지는데, 2부의 헬름 전투가 1만명 규모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짐작하기조차 벅찬 스펙터클이다. 예고편에서 샘을 위협하던 거대한 거미 괴물 셰롭은 어떤 활약을 펼쳐 보이게 될지, 원작에서 상세히 묘사되지 않은 악의 화신 사우론은 어떤 모습일지, 운명의 산으로 던져지게 될 절대반지의 최후는 어떻게 형상화될지도 중대한 관심사다.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은 오는 12월17일 위대한 전설의 대단원답게 3시간30분이라는 묵직한 덩치로 소개될 예정이다. 3부작을 한꺼번에 스크린으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도 이즈음 마련된다고 한다. 절대반지의 운명이 다하는 날을, 팬들은 축하하려나, 애도하려나. 박은영
끊임없이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절대 반지의 마력 앞에 프로도의 심신은 피폐해진다. 원정대의 정신적 지주였던 간달프의 활약은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에서도 계속된다.
거대한 순환. 먼 옛날 사우론의 손을 잘라 절대반지를 빼앗았던 이실두르의 후계자 아라곤은 연합군을 규합해 사우론의 무리에 대항한다. 한편 골룸의 안내에 따라 샘과 함께 운명의 산으로 향해가던 프로도는 자신이 절대반지를 파괴할 수 없을 정도로 그 힘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중간계의 운명을 짊어진 힘겨운 싸움 속에서 사악한 욕망도 사랑의 감정도 활화산처럼 터져버린다.
로한의 기수들과 아라곤의 군대는 오크와 나즈굴을 상대로 힘겨운 전쟁을 치르게 된다. “영화사상 가장 거대한 전쟁영화”이기도 하다는 것이 피터 잭슨의 호언장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