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한 감독 김기덕이 다시 새 영화 촬영에 들어갔다. 지난 10월30일 크랭크인한 <사마리아>는 원조교제를 하는 여고생과 딸의 원조교제를 목격하는 아버지의 이야기. 전작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과 달리 소재부터 논란의 여지를 안고 있는 이 영화에 대해 김기덕 감독은 “원조교제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원조교제하면 몸을 파는 여자와 몸을 사는 남자만 떠올리는데 딸의 원조교제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시점을 도입해 이야기를 풀어가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가 전부는 아니다. <사마리아>에 등장하는 여고생은 매춘으로 상대방에게 삶의 깨달음을 얻게 만드는 인물로 나온다. 매춘으로 불교를 전파했다는 인도여인 바수밀다의 설화에서 따온 이 이야기는 <나쁜 남자> 못지않은 논쟁을 예감케 한다.
11월3일 화곡동 여관골목에서 진행된 촬영분은 원조교제를 하던 친구가 죽은 뒤 친구가 관계를 맺었던 남자들을 찾아가는 여고생 여진의 장면으로 시작됐다. 여진은 친구의 남자들과 성관계를 하고 친구가 받았던 돈까지 돌려준다. 비좁은 여관방은 십여명이 넘는 스탭과 취재진으로 발디딜 틈 없고 김기덕 감독은 맞은편 방에 설치한 모니터를 보면서 “레디, 액션”을 부른다. 오전 동안 여관방에서 촬영을 하고나자 여진의 아버지가 여관에서 나오는 재영을 목격하는 장면을 찍는다. 여진의 아버지로 나오는 배우는 <와이키키 브라더스>로 낯익은 이얼. 그는 딸의 원조교제를 발견한 아버지의 심정에 대해 “공황상태”라고 말한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아버지는 일단 딸의 뒤를 쫓는다. 김기덕 영화의 현장이 다 그렇지만 이번 영화도 속전속결이다. <사마리아>는 16일 동안 모든 촬영을 마칠 계획. 쇼이스트의 투자를 받아 김기덕 감독이 직접 제작하는 영화로 내년 2월 개봉을 목표로 삼고 있다.사진 오계옥 · 글 남동철
♣ 김기덕 감독은 <사마리아>를 ‘바수밀다’, ‘사마리아’, ‘소나타’ 등 3부로 이뤄진 영화라고 말한다. ‘바수밀다’에서는 돈을 목적으로 삼지 않는 여고생 재영의 이야기, ‘사마리아’에서는 재영이 자살한 뒤 원조교제에 나서는 여진의 이야기, ‘소나타’에서는 여진의 원조교제를 목격한 아버지의 이야기가 중심에 놓인다.(왼쪽 사진)♣ 여진으로 나오는 배우 곽지민은 영화 출연이 처음이다. MBC 드라마 <내 인생의 콩깍지>, KBS 드라마 <나의 아름다운 첫사랑> 등에 출연한 적이 있다.(오른쪽 사진)
♣ 여관을 나오는 여진과 한 남자. 차 안에 있던 아버지가 둘의 모습을 보게 된다.(왼쪽 사진)♣ 형사인 아버지는 수사차 여관골목에 왔다 우연히 딸을 본다. 아내를 잃은 뒤 딸 하나만 바라보고 살던 아버지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인다.(오른쪽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