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우도 바닷가의 조그만 마을, 하나 있는 구멍가게가 문을 닫았다. 골목길에 나와 있는 사람이라고는 11월의 햇볕을 쬐고 있는 노인 세명뿐이다. 우도에서 대부분의 촬영이 진행되는 영화 <인어공주>가 동네 해녀 아주머니들을 모두 모아놓고 물질하는 장면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의 박흥식 감독이 연출하는 <인어공주>는 억척스러운 엄마를 지겨워하는 나영이 스무살 시절 앳되고 맑았던 엄마를 만나게 되는 판타지. 그곳에서 나영은 엄마가 남몰래 사랑하는 우체부 청년이 자기 아빠가 될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린 해녀 연순과 그녀의 딸 나영을 모두 연기하는 전도연은 이날 두 시간 넘게 차가운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도 환한 웃음을 잃지 않아 취재진의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박흥식 감독은 연순이 자기 어머니의 이름이라면서 “그분에게 잃어버린 시절을 되찾아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목욕탕 때밀이로 살고 있는 연순에게 여리고 순진했던, 짝사랑에 마음 두근거리던 처녀 시절을 가져다주고 싶었다는 것. 그런 면에서 <인어공주>는 바닷가 마을에서 일어난 사랑 이야기라기보다는 어머니와 딸이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는 드라마에 가까울 것이다. 유니코리아가 제작하고 나우필름이 제작하는 <인어공주>는 텃세가 심하기로 유명한 우도에서 20% 정도 촬영을 마친 상태. 이곳에 와서 낚시에 취미를 붙였다는 박해일은 연순이 짝사랑하는 마음 착한 우체부를 연기하고, 제주도가 고향인 고두심이 나이든 연순으로 특별출연한다.우도=사진 손홍주·글 김현정
♣ 박흥식 감독과 전도연은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후 두 번째로 다시 만난 사이다. 전도연은 서로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재회의 소감을 밝혔다.(왼쪽 사진)♣ 전도연은 촬영을 멈출 때마다 따뜻한 물통 속에 들어갔다.(오른쪽 사진)
♣ 물질하는 해녀들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목선 위에 실었다. 해녀들은 요즘처럼 추운 계절에 본격적인 물질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