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은 일일이 찾아볼 수 없는 영화 제작현장을 고스란히 담은 것이 메이킹필름이다. 요즘에는 DVD 타이틀의 다양한 서플먼트 가운데 한 자리를 당당히 차지하는 메뉴가 되었지만, 그 전에는 영화 사이트에서, 그것도 상당히 조그맣게 축약된 사이즈의, 메이킹필름을 감상할 수 있는 게 고작이었다.
<매트릭스>나 <스타워즈> 같은 대작의 경우, 영화 상영시간의 몇배가 훌쩍 넘는 엄청난 길이의 메이킹필름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영화 교과서가 따로 필요없을 정도다. 기실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들 사이에선, 이러한 메이킹필름을 보며 영화 현장을 익히는 ‘특별과외’가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버렸다. 유명한 감독들의 연출기법이나 카메라의 위치, 특수촬영 기기의 활용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혜택은 이제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호사 아닌 호사가 된 셈이다.
송한승(31)씨는 우연히 <여섯개의 시선> 현장에 뛰어들었다.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연극무대에서 배우로도 활약한 바 있는 그는 영화와는 크고 작은 인연들이 있었지만, 뮤직비디오를 찍은 뒤에는 방송사에서 잠깐 일했고, 그뒤엔 IT산업에 종사하면서 스스로 영화와 거리를 두었다. 마음은 있지만, 아직은 자신이 서지 않아서였을까. 그렇게 영화 주변을 배회하던 그는, <질투는 나의 힘>의 후반작업을 돕게 되면서, <여섯개의 시선> 메이킹필름을 덜컥 맡게 됐다.
과묵한 카리스마로 현장을 장악하던 박찬욱 감독, 늘 스탭들 사이에서 소녀처럼 웃음짓던 임순례 감독, 거장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유머를 구사하며 현장을 녹이던 박광수 감독, 꼼꼼함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재은 감독, 타이트한 긴장감으로 현장의 질을 높여내던 박진표 감독, 유연한 연출로 막힘없이 돌아가던 여균동 감독의 촬영현장을 누비며, 그가 얻은 것은 영화에 대해 새롭게 용솟음치기 시작한 열정, 그것이었다. 그들 여섯 감독들의 내밀한 열정과 연출 내공을 전수받고 비로소 카메라를 드는 손에 자신감이 붙었다는 송한승씨는, 이제 자신만의 이야기를 쏟아낼 준비를 하는 중이다.
처음엔 그의 존재를 귀찮게 여기던 감독들은 어느새 다음 작품을 함께하지 않겠냐고 제안할 정도로 친숙함을 드러냈다. 현장을 담은 필름이 하나의 독립된 다큐멘터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단순한 기록물이라고 하기엔 48분짜리 메이킹필름은 독특한 분위기를 담고 있다. 앞으론 자신의 작품을 찍겠지만, 다시 메이킹필름을 맡게 된다면 좀더 욕심을 부려볼 생각이다. 스탭이면서, 현장의 주변을 맴도는 존재, 속해 있는 사람이지만, 영화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존재, 그가 메이킹필름을 만들기 위해 카메라를 든 자이며, 그 자리는 송한승씨에게 특별한 경험과 공부 그리고 추억이 됐다. 글 심지현·사진 오계옥
프로필 1973년생 | 한양대 연극영화과 94학번 | 단편 연출 연극배우 활동·뮤직비디오 연출, 방송사에서 잠깐 일하다, IT업계로 옮겨 활동 | <질투는 나의 힘> 후반 작업, <여섯개의 시선> 메이킹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