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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프리다를 아십니까?
2003-11-11

장애인…양성애자…공산주의자…멕시코 천재화가…

교통사고로 인한 장애인이자, 멕시코로 망명온 트로츠키를 후원했던 열렬한 공산주의자였으며 숨김없는 양성애자였던 여성. 이렇듯 독특하고 복잡한 정체성조차, 몸에 새겨진 상처와 고뇌를 담은 원색의 화폭 앞에서는 사소하게 만드는 멕시코의 천재화가 프리다 칼로(1907~54)의 일생을 담은 영화 <프리다>가 개봉한다.

구릿빛 이마 아래 단호하게 그어진 일자 눈썹과 그 아래 검게 빛나는 눈동자의 프리다로 분한 배우는 멕시코 출신의 셀마 헤이엑이다. 마돈나, 제니퍼 로페즈 등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이 영화의 주인공 뿐 아니라 공동제작까지 맞은 헤이엑은 예술적으로, 정치적으로 또한 성적으로 열정의 화신이었던 프리다의 십대시절부터 40대까지 생동감있게 연기했다

영화는 분방한 소녀였던 프리다가 전차사고로 참혹한 부상을 입은 뒤부터 죽음 직전 첫 전시회를 열기까지 30년의 시간을 사랑과 예술이라는 두 축으로 이어나간다. 병상에 누워있는 동안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프리다가 자신의 작품을 당대 최고의 화가였던 디에고 리베라에게 보여주면서 두 사람의 길고 긴 인연은 첫 매듭을 묶는다. 스물 한살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두 사람은 정치적 동지이자, 예술적 동료로 부부의 연을 맺지만 여성과의 잠자리를 ‘악수 한번’ 정도로 여기고 사는 디에고 리베라는 프리다에게 육체적 상처 못지 않은 정신적인 고통을 안긴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여러번 자연유산을 하면서 프리다는 디에고에게 “내 인생에서 충돌사고는 두 차례였는데, 한번은 교통사고였고 다른 한번은 당신과의 만남”이라면서 “두번째가 훨씬 나빴다”고 퍼붓지만 두 사람 사이의 강렬한 동지애는 죽을 때까지 둘을 묶어놓는다.

<프리다>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인한 육체적 고통과 디에고의 바람기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프리다의 실제 작품 속에 포개 놓으면서 프리다 칼로의 작품에 대한 해설서 역할을 한다. 이를테면 남편의 외도로 인해 분노에 찬 프리다가 머리를 싹둑 자르고 양복을 입은 모습은 <짧은 머리 자화상>으로 포개지고 말년에 척추가 내려 앉아 고통스럽게 신음하던 모습은 <부러진 척추>로, 뱃속의 아이를 잃고 절규하던 모습은 <생명의 열매>로 이어진다. 또한 셀마 헤이엑의 사실감 있는 연기와는 반대편에서, 열차사고 장면에서 황금가루가 뿌려지고 디에고가 킹콩의 애니메이션으로 묘사되는 등 감각적이고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보는 재미를 덧붙이고자 했다.

에드워드 노튼, 애슐리 주드, 안토니오 반데라스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헤이엑과의 인연으로 비중이 작은 역을 자처해 등장한다. 뮤지컬 <라이언 킹>으로 토니상 연출상을 수상했던 브로드웨이 출신 여성 감독 줄리 테이머의 두번째 연출작품이다. 21일 개봉.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