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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칠판>
2003-11-06

광화문 씨네큐브는 마흐말바프가(家) '릴레이' 영화 상영의 두 번째 순서로 14일부터 <칠판>을 상영한다. <칠판>은 이 집안의 장녀 사미라 마흐말바프의 두 번째 영화로 2000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란과 이라크 국경 지대를 배경으로 칠판을 멘 두 선생님과 쿠르드족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목 칠판은 영화의 소재이자 카메라를 몰고 다니는 영화의 주인공. 두 선생님들이 짊어지고 다니는 칠판은 상황에 따라 방패, 들것, 결혼 예물과 이혼 위자료 등 다양한 용도로 이용된다. 영화는 그다지 잘 다듬어진 편집이나 화면을 보여주고 있지는 않지만 악해 보이지 않는 인물들의 소박한 모습은 관객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띠게 한다.

사미라 마흐말바프는 교육이나 전쟁에 대한 거창한 주장을 담고 있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러운 상징으로 나지막하면서도 분명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리부아르와 싸이드는 학생을 직접 찾아다니는 선생님. 하지만 정작 학생들은 그저 사는데 바쁠뿐 글 쓰는 것도 읽는 것도 구구단도 그다지 배우고 싶어하는 것 같지 않은 눈치다. 그렇다고 이들의 교육 의지가 쉽게 꺾이는 것은 아니다.

산 위쪽으로 방향을 정한 리부아르는 국경을 넘나들며 밀수품과 장물을 운반하는 소년들을 만난다. 배우기는커녕 그를 경계하며 미워하기까지 하는 아이들. 이 중 그와 이름이 같은 한 명의 아이만 글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한다. 마을쪽으로 내려간 싸이드는 고향으로 찾아가려는 쿠르드족 노인들을 만난다. 이미 글을 모르고 한평생 살아온 이들도 그다지 배우려는 욕심은 없다. 결국 싸이드는 고향까지 안내해주기로 하며 이들과 일행이 된다.

호두 40알에 안내원이 된 싸이드. 가르치겠다는 원래의 꿈은 제처놓은 듯한 할아버지의 간청으로 아이 딸린 과부 할랄레와 엉겁결에 결혼하게 된다. 이제 자신의 부인에게 글과 구구단을 가르치는 싸이드. 물론 새 신부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국경을 넘으려는 두 무리의 여정은 국경수비대의 총격이 시작되면서 고비를 겪는다. 게다가 목적지가 가까워질수록 가르침이 목적인 싸이드와 고향에 남고자 하는 할랄레 사이의 근본적 문제점도 고개를 든다. 상영시간 85분. 전체관람가.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