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장기수로 45년간 옥방살이를 한 김선명의 이야기를 담은 <선택>. 영화가 시작되면서 울려나오는 소리는 굴곡진 삶을 담아내는 대금과 가야금 소리다. 어딘가 서글프지만 또한 꼿꼿함이 살아 있는 소리 속에는 대나무 장단이 몰래 숨었다. “굽힐 줄 모르는 불굴의 정신을 나타내기 위해 대금 소리과 대나무 장단을 넣었어요. 또한 유연함을 잃지 않으려고 항아리를 두드려 맑은 물방울 소리가 섞이게 했죠. 절절히 꺾이는 가야금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표현합니다.”
젊은 시절 우연히 택한 사상이 자신의 몸을 억류시키고, 40년이 넘은 세월을 옥에서 보내야 한다면 그의 선택에는 얻은 것이 많은가, 잃은 것이 많은가. 한평도 채 되지 않은 옥 안에서 행동의 자유를 뺏길지언정 생각의 자유를 지켜낸 김선명의 삶은 우리에게 무엇을 던져주는가. 영화의 음악을 맡은 최윤상(33)은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속에 피어나는 질문들을 음악으로 승화시키고자 했다. 전향을 촉구하는 손길이 개별적으로 뻗어올 때마다 어김없이 타악기의 불안한 리듬이 심장을 두드려대고, 결국 변절하고야 마는 인물에게는 소금의 쇳소리가 끼어들어 통한의 심정을 어루만진다. 원시적인 악기인 피리, 북, 장구, 가야금은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과 어우러져 생각이 곧 음악이 되고, 음악이 그대로 사념을 짐작게 한다.
최윤상은 타악그룹 공명의 창립 멤버였다가 지금은 ‘WHOOL’의 일원으로 전통음악의 세계화를 꾀하느라 여념이 없다. 슈퍼장구라는 기발한 악기를 개발하여, 내년 봄엔 콘서트도 가질 계획이다. <선택>을 만난 건 그에게 전통악기가 표현해낼 수 있는 감성의 한계를 떨치게 한 계기가 됐다. 대금과 소금,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와 아쟁, 대나무 악기과 타악기의 조화가 그에게 알려준 것은, ‘소리는 통한다’는 것. 소리의 길을 따라 걸으며 그가 세운 소리의 틀은, 이 시대를 반영한 새로운 전통음악이며, 속되게 변질되지 않은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소리이며, 현대와 전통 그리고 인공과 자연의 소리가 화해하며 어루만지는 쉼의 음악인 것이다.
<선택>의 음악은 영화의 메시지를 더욱 두텁게 하며, 영화의 본질을 바로 세우고 있다. 호주에 가서 마스터링을 해올 정도로 그에겐 정이 담뿍 담긴 음악인 셈. 그는 ‘WHOOL’ 이외에도 ‘사자다’, ‘그루’ 등의 프로젝트 그룹을 기획하였으며, 전통음악의 새로운 포장법을 만들어내는 데 선발 연출자로서 공헌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http://whool.co.kr).
프로필 | 1971년생·전, 타악그룹 ‘공명’ 대표·실내악 그룹 ‘슬기둥’ 단원 역임·서울국악관현악단 악장 역임·난계국악관현악단 단원 역임·청소년 국악관현악단 타악수석 역임·현, 그룹 ‘WHOOL’ 대표, ‘공’ 스튜디오 운영, 그룹 ‘그루’ 프로듀서, EYES IN DIAMOND 프로듀서, DREAM OF SKY 대표, world project ‘백두산 호랑이’ 대표, 영화 <선택> 음악감독, 그 밖에 왕성한 해외 활동을 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