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가 매트릭스와 현실세계의 중간에서 길을 잃고 떠도는 사이 시온은 거대한 센티넬 군단의 침공에 직면한다. 모피어스와 트리니티가 오라클과 세라프의 도움을 받아 네오의 흔적을 좇고, 시온 병사 베인의 몸에 침투한 스미스 요원은 현실을 교란시킨다. 마침내 어떤 확신을 갖게 된 네오는 머신시티의 절대권력자를 만나러 가고, 시온과 센티넬은 거대한 전투를 시작한다.
■ Review“관객은 초라하게 침대에 누어 있는 네오를 보고 실망이 대단할 것이다. 하지만 눈을 뜬 네오의 등 뒤로부터 트리니티의 손이 걸쳐진다. 결국 그 장면에서 전편에서부터 진행된 상황이 좀더 업그레이드되어 다시 벌어질 것임이 예시된다”, “네오(제우스)가 이치의 신 ‘테미스’를 만나 크로노스(매트릭스)를 물리치고 질서(COSMOS)를 세워 인간의 세계를 열게 된다”….
50개국 동시개봉을 앞두고 철통 보안의 장막에 가리워진 <매트릭스3 레볼루션>에 대한 결말이 인터넷을 떠돈다. ‘나는 이렇게 결말을 알게 됐다’(혹은 추측한다)며 국내의 영화 관련 사이트에 올려진 글들은, 사실 관계로 따지자면, 틀렸다. 다만 이 글들은 어떤 기대 심리를 반영하는 것일 텐데, 대체로 순환을 암시하는 꿈이라거나 네오의 승리를 점친다. 적어도 매트릭스의 승리를 기대하고 있지는 않다. 국내외를 통틀어 이렇다 할 프리뷰는 ‘Ain’t it Cool News’ 사이트에 올라 있는 것 정도다. “<매트릭스2 리로디드>가 혼란스럽고 지루했다”거나 “<매트릭스>는 사랑하지만 <매트릭스2 리로디드>는 증오한다”고 서두를 시작한 이들 모두 이보다 더 좋을 3부작의 마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워쇼스키 형제는 현명하게도 열려 있는 결론을 내렸다. 겉보기에는 인간과 기계의 공존이지만 누군가는 인간의 패배 혹은 인간화한 매트릭스의 승리로, 또 다른 누군가는 평화로운 해피엔딩으로 해석할 것이다. 1편에서 사이퍼에게 형제를 잃고 연인마저 잃을까 초조해하다 스스로 전투의 최전선에 나서는 ‘지’ 역의 노나 게이는 “아름다운 비극”이란 말로 결말에 대한 인상을 피력했다. 니오베 역의 제이다 핀켓 스미스는 “라이프 사이클과 비슷해서 ‘모든 시작엔 결말이 있고 그것은 또 다른 시작이다’라고 말하는 영화”라고 했다. 분명한 건 <…레볼루션>이 최종 마무리를 비겁하게 비껴가지 않는다는 것이며, <…리로디드>가 끝을 위해 필요했던 장황한 과정이었음을 증명한다는 점이다.
<…레볼루션>은 전편들처럼 트리니티의 화려한 액션으로 시작하지 않는다. <…리로디드>처럼 주입식 강의 같은 시퀀스도 없다. 1편처럼 미지의 끝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간다. 적당한 간격으로 배치된 세개의 대형 액션 시퀀스 가운데 인상적인 건 네오와 스미스의 최후 대결이라기보다 시온 저항군과 센티넬 군단의 전투다. 네오와 스미스는 무자비하게 쏟아붓는 비 속에서 싸움질을 시작해 하늘로, 깊게 팬 웅덩이 속으로, 네오가 모피어스와 쿵후 대련을 벌였던 도장 같은 곳으로 장소를 바꿔가며 맞붙는다. 만화 <드래곤 볼>의 후반부에서 고수들의 결투가 우주 공간으로 확장되면서 나타났던 장면을 실사로 보는 듯하다. 엄청난 물량 투입으로 스펙터클을 뽑아내는 시온의 전투장면에서 흥미로운 건 APU라는 인간의 기갑부대다. 높이 14피트, 2.5t의 무게로 실물 제작됐다는 그 기계는 양손에 든 권총을 자동화기처럼 쏘아대던 주윤발을 얼핏 떠올리게 한다. 또 하나의 액션은 악당 메로빈지언의 클럽 헬(Hell)에서 벌어진다. 이 시퀀스는 워쇼스키 형제의 유머 같다. <…리로디드>에서 더할 나위 없이 부르주아 티를 냈던 메로빈지언의 화려한 식당을 퇴폐적인 펑크 스타일의 쇼 무대로 변신시켰다. ‘프렌치맨’ 메로빈지언은 이번에도 수다를 떤다.
<매트릭스> 3부작은 매번 새로운 공간을 창조해왔다. 이번에는 클럽 헬에 이어 매트릭스와 현실의 중간계인 ‘모빌 애버뉴’, 네오와 트리니티가 후버크래프트 로고스호를 타고 돌진하는 머신시티다. 기성 이미지를 살짝 손본 듯한 그 공간들은 새로운 등장인물 트레인맨처럼 고유의 역할을 지닌 캐릭터들이다.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는 그 어느 때보다 뚜렷한 대칭을 이룬다. 네오와 그의 어두운 이면이라 할 스미스 요원, 매트릭스의 프로그램을 착취하는 메로빈지언과 프로그램에 따듯한 기운을 불어넣는 오라클, 선한 심부름꾼 세라프와 악한 심부름꾼 트레인맨…. 대칭의 캐릭터가 빚어내는 결론은 결국 ‘균형’이다. 선과 악, 그 어느 하나가 압도하지 않고 밀고 당기며 공존하는 균형. <…리로디드>는 강렬하나 혼란스런 하드코어 사운드로 마무리를 지었지만, <…레볼루션>은 그 결말에 어울리게 테크노와 록, 오케스트라의 인상적인 조화로 아주 긴 크레딧을 수놓는다.
:: <…레볼루션>을 수놓는 여전사들의 활약
모든 여성이 ‘리더’입니다
캐리 앤 모스의 트리니티는 전편들만큼 강한 인상을 남기지 않는다. 이번에는 여전사의 몫을 매력적인 흑인배우 제이다 핀켓 스미스의 니오베와, 노나 게이의 지에게 상당부분 나누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니오베는 <매트릭스2 리로디드>에서 ‘더 원’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 <매트릭스3 레볼루션>에서 여전히 ‘더 원’을 믿지 않지만 ‘네오’는 믿는다. 네오에게 기꺼이 자신의 함선 로고스호를 내준 그는 다른 함장들이 보여주지 못한 탁월한 판단력과 실전 능력을 과시한다. 노나 게이는 시온과 센티넬의 전투에서 또 다른 여전사와 함께 아슬아슬한 활약을 펼친다. 노나 게이는 솔의 전설 마빈 게이의 딸로 14살 때 자신의 첫 번째 데모 음반을 만들며 일찌감치 엔터테인먼트 속으로 뛰어들었다. 워너스튜디오에서 만난 제이다 핀켓 스미스는 뜻밖에도 아주 연약해 보이는 체구였고, 노나 게이는 영화 속 이미지 그대로 매력적인 여전사의 이미지를 보여줬다. 제이다 핀켓 스미스에게 <…레볼루션>에서 강화된 여전사 이미지에 대해 물었다. “터프하고 강한 여성을 연기하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다. 어려웠던 건 트리니티 캐릭터와 구분지을 수 있는 내 캐릭터의 범위를 찾아내는 거였다. 워쇼스키 형제는 전형적인 여성을 원하지 않았다. 그들은 내 캐릭터가 남성에 필적할 만하길 원했다. 강한 여성을 원했다. 이 영화는 SF로는 아주 드문 경우에 속할 만큼 다문화적이다. 그처럼 실제 삶에서 성(gender)이라는 걸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다. 난 어떤 면에서 모든 여성이 자신의 삶에서 리더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원하면 그렇게 할 수 있고, 이 영화가 그런 점을 강화했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