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ce More, with Feeling1960년, 감독 스탠리 도넌출연 율 브린너EBS 11월2일(일) 오후 2시
고전음악이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예는 적지 않다. 디즈니가 제작한 <환타지아>(1940)를 하나의 실험적 시도의 기원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소리와 이미지의 실험작인 <환타지아>는 클래식의 선율이 어떻게 애니메이션과 결합될 수 있는지 실증했다. <돌아와요, 내 사랑>에서 음악은 중요하다. 영화의 시작은 남다르다. 베토벤에서 차이코프스키 등 클래식 거장들의 음악이 짤막하게 소개되면서 서두를 장식하고 있는 것.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돌아와요, 내 사랑>은 어느 교향악단 지휘자와 그의 아내의 이야기다. 당연하게도 영화는 음악적 모티브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예기치 못한 순간에, 클래식의 선율이 장면에 배치되곤 하는 것. 이렇듯 자잘한 재미를 지니고 있는 <돌아와요, 내 사랑>은 전형적인 할리우드 코미디다.
두 사람이 있다. 교향악단 지휘자 빅터 파비안과 그의 아내 달리는 갈라선다. 달리는 그녀의 남편이 젊고 관능적인 피아니스트를 오디션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무척 흥분한다. 에이전트인 맥스웰 아처는 파비안의 공적인 일을 부인의 도움없이 제대로 관리할 수 없는 지경임을 토로한다. 곧 있을 중요한 계약건을 앞두고 파비안은 달리를 되찾아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렇지만 아내는 전혀 다른 생각을 품고 있다. 달리는 어느 핵과학자와 결혼할 계획을 갖고 있는데, 이를 위해선 파비안과의 확실한 이혼합의서가 필요하다. 서로 미래를 바라보는 방향이 전혀 다른 것. 남편인 파비안은 만약 달리가 계약서에 서명을 할 때까지만 같이 있어준다면 확실히 이혼을 해주겠노라고 약속한다. <돌아와요, 내 사랑>에서 율 브린너가 연기하는 빅터 파비안이라는 지휘자는 고상하다. 그리고 독재적이다.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연습을 하면서 마음에 드는 음악이 나올 때까지 사람들을 쥐어짠다. 그에게도 난관은 있으니, 부인과의 관계다. 지휘자 파비안은 교향악단과의 계약건에 대해 고민하면서 동시에 부인과의 관계를 회복하려고 든다. 대사 중심으로 구성되는 지휘자와 부인의 갈등은 영화가 스크루볼코미디 전통에서 벗어나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음악적 위트와 더불어 짧고 함축적인 대사는 영화의 재미를 배가하고 있다. <돌아와요, 내 사랑>은 온전하게 배우들의 영화다. 율 브린너와 케이 켄달의 연기 호흡이 궁합이 맞는 것. <왕과 나>의 율 브린너는 다른 출연작에서 그랬듯 귀족적 풍모를 보이고 있으며 케이 켄달에게 이 영화는 아쉽게도, 유작이다.
스탠리 도넌 감독은 할리우드 시스템이 낳은 연출자다. <사랑은 비를 타고>(1952)와 (1954) 등의 뮤지컬은 도넌 감독에게 적지 않은 성공을 가져다주었다. 1950년대 그가 만든 뮤지컬영화들은 현재까지 고전으로 대접받고 있다. 이후에도 스탠리 도넌 감독은 코미디 등의 장르영화를 만들었다. 1980년대에 그는 브루스 윌리스가 출연한 TV시리즈 <블루문 특급>의 에피소드들을 연출하기도 했다. 스탠리 도넌 감독에겐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낯설긴 하지만 대중영화의 호흡을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는 연출자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garo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