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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영상아카이브 공청회] 국립영상아카이브를 만들자!
문석 2003-10-27

필름 보존부터 문화행정까지 포괄적인 비전 가져야

“대통령 공약사항인 한국영상자료원의 국립영상아카이브로의 확대 개편을 조속히 이뤄야 한다.”지난 10월22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 ‘한국영상자료원의 확대 개편 및 국립영상아카이브 설립을 위한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대체적으로 공감한 의견이다. 3개 주제로 나뉘어 열린 이날의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은 현재 영상자료원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바꾸어낼 대안으로 국립영상아카이브를 설립해야 한다는 큰 원칙에 동의했다.

첫 번째 주제인 ‘한국영상자료원 사업 및 활동 등에 있어서의 문제와 개선방향’에서 발제자인 안지혜 대진대 강사는 영상자료원이 앞으로 한국 영화유산을 발굴하는 프로젝트를 더욱 적극적으로 펼쳐야 하며, 수집자료의 범위를 확대해야 하고, 보존 및 복원사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를 원활히 하기 위해 영화 저작권 관리를 영상자료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펼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자료원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가장 본연의 임무인 수집, 보존 복원활동을 제 궤도에 올려놓는 일”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 주제인 ‘한국영상자료원 위상의 재정립과 기능의 확대 개편을 위한 정책 제안’에서는 윤혜숙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사무국장이 기조발제자로 나서 해외사례와 비교하면서 구체적인 개선책을 논의했다. 특히 그는 영상자료원의 새로운 발전을 위해서 독립기념관이나 문예진흥원 등의 전례를 참조해 특별법을 제정하거나 영화진흥법을 개정하는 것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이 법에는 영상자료원의 구체적 사업내용과 예산확보 방안, 조직구성까지 포함해야 하며 법인, 단체나 개인의 기부금을 허용하는 조항과 영화진흥위원회, 각 미디어센터 등과 협력할 수 있는 조항 등을 집어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영상자료원의 심의, 자문, 협력을 담당하는 기구를 명확히 규정하고 영상자료 보존을 위한 기금을 마련할 것도 제안했다.

마지막 주제인 ‘국립영상아카이브 설립을 위한 정책 제안’에서 기조발제에 나선 정재형 동국대 영상정보통신대학원 교수는 한국영상자료원이 국립영상아카이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초·중기 과제와 중·장기 과제를 나누어 차례로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초·중기에는 자료의 수집과 복원, 저작권 관리 등에 힘을 집중적으로 기울이고, 중·장기적으로 시네마테크 활동과 문헌자료 수집 등으로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의 공청회는 한국영상자료원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명확했지만, 실현 가능한 대안 제시에는 미처 이르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 공청회는 영상자료원의 국립영상아카이브로의 전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한편, 이날 토론자들은 한국영상자료원의 개선과 국립영상아카이브로의 전환이라는 대원칙을 수용하면서도, 그 구체적인 실행방법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원용진 서강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문화관광부가 추진 중인 문화산업 관련 조직 정비 계획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즉, 비슷한 활동을 펼치는 기구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방송영상산업진흥원 산하의 방송자료원 등과 어떤 식으로든 관계 정립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만일 문광부가 영진위, 콘텐츠진흥원, 방송진흥원 등을 묶어 문화산업진흥위원회로 통합하게 된다면 국립영상아카이브도 자연히 빨리 이뤄지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우선적으로 ‘국립영화아카이브’로 개편해 단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울러 국립영화아카이브로의 전환의 사회적 동의를 구하기 위해 영상자료원의 이사진을 빨리 일신할 것을 제안했다.

서동진 퀴어아카이브 대표는 “국립영상아카이브 문제는 문광부라는 작은 틀에서 논의할 것이 아니라, 전 정부 또는 그 이상의 차원에서 해결돼야 하는 포괄적인 전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와 관련, 김혜준 영화진흥위원회 사무국장은 국립영상아카이브 설립문제는 산업과 예술이라는 기본적인 관계 외에도 전문교육기관이나 대학원, 각 지역의 미디어센터, 영화제, 퍼블릭 액세스, 교육용 교재의 제작 등과 밀접하게 연관지어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사회를 봤던 심광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장은 “10월 말까지 문광부가 계획한 5개년 중장기 계획이 제시되어 11월 초부터 각 소속기관이나 국, 실이 사업계획을 조율할 것”이라며, 국립영상아카이브에 대한 문광부 차원의 계획은 11월 또는 12월 열릴 공청회 등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날의 공청회는 한국영상자료원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명확히 했지만, 실현 가능한 대안 제시에는 미처 이르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 공청회는 참석자들 사이에서 영상자료원의 국립영상아카이브로의 전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과 이후 문광부와 정부 차원의 논의를 활성화하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는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