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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일본 팬터지 멜로 <환생>
2003-10-24

순간이라도 다시 함께 할 수 있다면...

소중한 사람을 잃어본 적 있는가. 단 1분, 단 1초 만이라도 다시 그와 말하고 그에게 손을 내밀고 싶어 잠자리를 뒤척여본 적 있는가. 그런 이들이라면 <환생>은 결코 무덤덤히 지나쳐 볼 수 없는 영화다.

일본 규슈의 아소 지방, 어린아이가 집 문을 두드린다. 그곳엔 백발이 된 어머니가 있다. 2차대전 직후 친구들과 놀러간 숲속에서 실종됐던 아이가 돌아온 것이다. 그 뿐 아니다. 3년동안 밤마다 ‘남편이 돌아오게 해달라’고 외쳤던 라면가게 주인 레이코의 남편, 레이코 가게에서 일하며 그를 사랑하는 히데야가 어릴 적 잃었던 형, 학교 이지메로 자살했던 가츠노리…, 이 지역의 수십명이 환생한다. 사건 조사를 위해 도쿄에서 온 후생성의 관료 헤이타는 어렸을 때부터 사랑해온 소꼽친구 아오이를 만난다. ‘환생의 비밀’을 알게 된 그는 사고로 숨졌던 약혼자의 환생을 바라는 아오이의 모습에 갈등한다.

사람들이 집단환생하고, 그들이 3주 안에 돌아가야 한다는 이 팬터지 대중 멜로의 설정은 코믹하게 느껴지는 구석까지 있다. 하지만 돌아온 이들과 그를 맞는 가족·연인들의 모습을 그릴때 <환생>은 억지스런 설정을 잊게 할 만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나이든 의사는 어느날 문득 방안에 서 있는 말 못하는 아내를 보고 놀라지 않는다. 언제나 곁에 있었다는 듯 따뜻한 웃음과 긴 포옹을 나눈다. 이별을 앞둔 형제는 야구 글러브를 끼고 공던지기를 한다. 그들은 그렇게 떠난 자와 함께 살고 있었던 것이다. 작은 반전을 품은 영화는 마지막, 이 세상에서의 이별을 나누는 헤이타와 아오이를 비춘다. “단 한 순간만이라도 그 사람과 진정 통했다면 그것 만으로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이 비현실적일 지라도, 인물들의 떨리는 감성을 섬세하게 잡아낸 영화를 보는 순간은 그 말을 믿고 싶다.

일본의 인기그룹 SMAP의 멤버이자 한국에 ‘초난강’으로 알려진 쿠사나기 츠요시가 헤이타를 맡아 화제였지만, 좀더 인상적인 쪽은 털털한 아오이역을 맡은 다케우치 유코다. 일본에서 올초 300만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시오타 아키히코 감독. 31일 개봉.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