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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살아 있는 령혼들>의 김춘송 감독
2003-10-10

“실패땐 월급 깎여 세번은 기회 오죠”

〈살아 있는 령혼들〉의 김춘송 감독은 평양영화대학을 나와 군대 갔다 온 뒤 체코 프라하영화대학에서 공부한 유학파다. 40대 후반인 그는 1992년 단편영화부터 연출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7편의 장편 극영화를 감독했다.

“어떤 관객은 〈살아 있는 령혼들〉이 화가 나고 기분 나빠서 못 보겠다고 합니다. 나는 기분 나쁘라고 만든 영화입니다. 역사의 진실을 얘기하고 잊지 말라고 하는 영화죠.” 우키시마 마루호가 침몰해 숱한 한국 동포들이 숨지는(일본 쪽 공식발표로 사망자는 500여명이지만, 실제 사망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처참한 결말로 끝나는 이 영화는, 침몰 순간에 서로 사랑하는 두 남녀 주인공까지도 떼어놓고 만다. 이 영화에 대한 김 감독의 말은 단호했지만, 말할 때의 표정은 순하게 생긴 얼굴만큼 부드러웠다. 〈살아 있는 령혼들〉에 출연한 김윤홍은 그를 두고 ‘감성이 섬세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우키시마 마루호 사건을 영화로 만들자는 말은 전부터 있었으나 주춤했지요. 내가 일본 책 〈우키시마 마루호, 부산으로 향하지 않았다〉를 기초로 사실관계를 잡고 기본 아이디어를 내서 채택이 됐고, 촬영은 석달 동안 했습니다.” 영화를 찍을 동안 북한과 미국 관계가 악화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 영화의 촬영현장엔 오지 않았다고 했다. 김 감독은 〈살아 있는 령혼들〉 외에도 크게 성공한 자신의 영화로 〈줄기는 뿌리에서 자란다〉(98년)를 꼽았다. 현대물인 이 영화는, 도둑질하며 부랑아로 지내던 청소년이 탄광 노동자로 들어가 영웅이 되는 이야기에 사랑을 곁들였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극영화를 찍을 때, 감독이 아이디어를 내고 심사를 거쳐 채택이 되면 배우들을 포함해서 촬영팀을 꾸린다고 했다. 평소에는 월급을 받고 영화를 찍으면 거기에 더해 특별수당을 받는다. 그러나 영화가 실패해서 제작비를 충당하지 못하면 월급을 깎아서 벌충해야 한다고 김 감독은 전했다. “감독 데뷔를 하면 보통은 세 편까지는 찍을 기회가 주어지지요. 그때까지 인정 못받거나, 첫 영화부터 영 아니다 싶으면 ‘다른 직업 찾아봐라’는 말을 듣게 되는 거지요. 오래 감독을 했어도 영화마다 잘 찍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인정받기 힘들고. 감독이 영화 한편마다 목숨 거는 것 아닙니까.” 평양/임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