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가정을 만든다는 것의 의미를 묻는다"

<아카시아>는 박기형 감독이 2000년 <비밀> 이후 3년만에 완성한 영화다. <비밀> 이후 2년간 준비하던 <초인지대>가 난항에 부딪치면서 연출의뢰를 받은 작품으로 시나리오 작가 성기영씨가 쓴 시나리오 <오렌지>를 박기형 감독이 직접 각색해 연출했다. 그는 데뷔작 <여고괴담>에도 <아카시아>라는 제목을 달았던 적이 있다. <아카시아>라는 제목에 집착하는 듯한 인상이 있다고 묻자 아카시아 나무의 이중적 이미지에 대해 설명한다. “동구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그런 노래처럼 아련하고 예쁘고 추억같은 느낌이 있는데 묘하게도 아카시아 나무는 괴담에도 등장한다. 아카시아 나무 뿌리가 관을 뚫고 시체를 옭아매고 있어서 집안에 여러가지 문제가 생겼다더라는. 그런 이중적인 모습이 호러영화의 기본개념같은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아카시아>는 평온한 중상층 가정이 불안과 공포를 숨기고 살아가는 이중적 모습에 주목한 작품이다. 박기형 감독은 평온한 일상의 풍경에 작은 변화 한두가지를 덧붙여 기괴하게 소름끼치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피를 연상시키는 붉은 실의 이미지는 대표적이다. 그는 “여주인공의 직업을 직물공예가로 설정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지만 직접 붉은 실을 봤을 때 굉장히 강렬한 이미지였다”고 말한다. 아이의 그림을 통해 강조되는 표정없는 얼굴 또한 이 영화가 만들어내는 공포에 시신경을 집중하게 만든다.

“배우들한테 표정이 읽히면 안된다는 말을 많이 했다. 내가 어떤 결정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할지 다른 가족에게 읽히지 않게 해야한다.” <아카시아>는 표현을 억누르는 연기를 통해 두려움을 만들어낸다. 출산 장면 역시 공포의 이미지로 부각된다. 그는 “아이를 갖는다는 거, 가정을 만든다는 거, 그게 어떤 것인지 계속 질문하면서 출산 장면을 공포로 그리게 됐다”고 설명한다.

<여고괴담>에서 <아카시아>까지 호러영화 혹은 초현실적인 이미지가 중심에 놓이는 영화를 만들었던 박기형 감독은 “다음엔 코미디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단편 <과대망상>부터 7년 넘게 호러영화의 암울한 무드에 젖어 살았는데 다음엔 밝고 명랑한 상상을 하며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다른 장르의 영화를 하고 싶어한다는 소문을 많이 내서 괜찮은 작품 연출의뢰가 들어올 수 있게 도와달라”며 ‘호러영화 전문감독’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고픈 요즘 심경을 토로했다.남동철

Meaning behind having a family and a child

Three years after his last film <Secret Tears>, director PARK Ki-hyung makes his return to the limelight with <Acacia>. Interestingly, PARK's debut feature <Whispering Corridors> was once called <Acacia> as well. When he's asked about his attachment to titling his film 'acacia,' he explains its ironic dual image. "In a children's song, 'Outside of the village, acacias are in full bloom on the road to a fruit farm,' acacias are like pleasant childhood memoir. On the other hand, they are evil trees in Korean traditional legends, such as 'when an acacia tree is planted next to a grave, its roots penetrate into the coffin and strangle the corpse, which brings down bad luck and terrible disasters to the family of deceased.' To me, this contradicting dual image is the fundamental concept of horror films."

<Acacia> is about an upper middle class household, pretending to live a peaceful life while hiding anxiety and fear. Through small alterations in an ordinary life, PARK creates strange images that make audience shudder. For example, he uses red threads to suggest blood. "It seemed natural to use red threads when I decided the profession of lead female character to be a textile designer. But, I didn't realize how incredibly powerful image they can create until I saw them in actuality." Moreover, the expressionless faces in the child's drawing visually intensify the fear. "I told all the actors, their faces should not reveal any of their thoughts or emotions. They mustn't let the other members of the family know of their intentions or plans." In <Acacia>, fear is created through oppressed expressions. Even the childbirth scene is portrayed with great horror. "The horror of childbirth scene was derived from following 2 questions: What is the meaning of forming a family and what is the meaning of having a child?"

From <Whispering Corridors> to <Acacia>, PARK's films center around the horror genre or surrealistic images. However, for his next project, he'd like to make "a comedy film." Since his short film <Great Pretenders>, he has submerged himself in the darkness of horror films for last 7 years. Now, he wishes to imagine and to create bright and cheerful films. In his half serious and half joking way, he reveals his desire to shed his image as 'the horror film director' when he say, "Please spread the words about how I want to do different genre. So they'll start sending me good scrip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