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125분출연 김승호, 최은희, 신영균, 한은진EBS 10월12일(일) 밤 11시
<로맨스 그레이>라는 제목만 봐도 대강 영화의 내용이 중·장년의 사랑을 소재로 한 것이란 점은 짐작이 갈 것이다. 신상옥 감독 특별기획전 세 번째 영화인 1963년작 <로맨스 그레이>는 가족의 화합을 그린 가족드라마이다.
두집 살림을 하는 두 중년 남성(교수인 김승호와 사장인 김희갑)은 본처들 몰래 젊은 술집 여자들을 만나기도 하면서 나름대로 ‘로맨스’(그레이)를 즐기지만 결국엔 본처들에게 들켜 혼쭐이 난다. 그러나 술집 여자들은 그들 가정의 행복을 지켜주기 위해 종적을 감추고 남편들은 지난날의 탈선을 반성하면서 가정으로 돌아가 화합을 이룬다는 내용이다.
1960년대 초반, 한국영화는 이런 유의 통속 가족드라마가 꽤 많이 만들어졌다. 이 영화의 전작인 <로맨스 빠빠>(1960)- 이 영화는 신성일의 앳된 모습을 볼 수 있는 그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이형표 감독의 <서울의 지붕 밑>(1961), 이봉래 감독의 <삼등과장>(1961) 등이 그러한데, 이런 영화들은 가족을 소재로 일상적인 얘기를 다루면서 당시 세태를 풍자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러나 <로맨스 그레이>는 주인공들이 두집 살림을 하며 로맨스를 즐기는 과정을 상당히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 당시의 가족드라마들과는 다소 다른 점이다. 여기에는 당대 아시아 최고의 배우였던 김승호의 리얼한 연기가 뒷받침되어 가능했던 일이기도 하다. 김승호의 능청스런 연기와 최은희의 예상보다 농염한 자태, 의외의 캐스팅이기도 한 조미령의 술집 여자 역할 등은 눈여겨볼 만한 부분들이다. 이승훈/ EBS PD agonglee@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