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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Choice 3] <라자 (Raja)>, <오사마 (Osama)>
2003-10-02

<라자 (Raja)>

월드 시네마/ 모로코, 프랑스/ 2003년/ 112분/ 감독 자크 드와이옹/ 오전 11:00 대영1관

어린 소녀의 꾸밈없는 소망과 슬픔으로 가득 찬 영화 <뽀네뜨>를 만들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눈물을 지어내게 했던 자크 드와이옹의 최신작.

이번에도 그는 쉽지 않은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말하는 미덕을 보여준다. 가난한 가정 형편으로 어렵게 살고 있는 19살 모로코 소녀 라자에게 돈은 인생의 최대 목적이다. 그녀는 돈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열심히 한다. 어느 날, 라자는 동네에 살고 있는 프랑스인 거부 프레데릭의 정원을 손질하는 일자리를 얻는다. 라자를 보자마자 프레데릭은 호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녀와 프레데릭은 곧장 ‘사랑게임’에 빠진다. 라자와 프레데릭은 서로가 상대를 포획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장난처럼 시작한다. 나이먹은 거부와 어린 여자아이의 러브스토리. 그 소재만으로는 무언가 치명적인 육체의 관계를 상상하게 한다. 그러나 자크 드와이옹은 <욕망의 모호한 대상>이 되거나 <연인>이 되거나 <로리타>가 될 법한 이야기 구조를 가져왔어도, 자극적인 요소를 피해가며 밀고 당기는 감정의 줄다리기만을 고집하여 보여준다. 결국 게임으로 시작한 라자와 프레데릭의 관계는 진짜 사랑을 위한 산고를 겪어간다.

자끄 드와이용은 극을 살리기 위해 소재의 선정성에 기대지 않는다. <라자>는 다투고, 다시 화해하면서 끊임없이 빗나가는 두 사람의 관계를 보여준다. 또한 희망도 절망도 아닌 단지 보이는 그대로의 상태로 영화를 결말짓는다. 진짜 소중한 만남이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에 대해 자끄 드와이용은 흐트러짐 없이 침착한 방식으로 이야기 한 편을 완성한다.

글 정한석

<오사마 (Osama)>

새로운 물결/ 아프가니스탄/ 2002년/ 83분/ 감독 세디그 바르막/ 오후 7시 메가박스 6관

1994년 탈레반 정권의 등장은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에겐 질곡의 시작이었다. 여학교를 폐쇄했고 일자리를 빼앗았으며, 얼굴에는 부르카를 씌웠고 입에는 재갈을 물렸다. 일절 사회생활을 금한 것이다. 영화제작을 봉쇄한 탈레반 정권이 붕괴된 이후 만들어진 아프가니스탄의 첫번째 장편영화 <오사마>가 주저없이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비가(悲歌)를 부른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병원에서 일하는 여인과 그녀의 딸은 탈레반 정권이

들어서자 일자리를 잃게 된다. 남자의 동행 없이는 바깥 나들이조차 금지되자 여인은 자신의 딸에게 오사마라는 이름을 지어주고서 남자 아이로 변장을 시킨다. 하루 아침에 소년이 된 소녀는 우유를 파는 가게에서 조수로 일하게 되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아이들이 우글대는 학교에 끌려가게 된다. 여자애 같다며 놀려대는 아이들에게 자신이 남자임을 증명해야 하는 곤란에 처하는 오사마. 떠돌이 소년의 도움으로 간신히 위기를 넘기지만, 이내 정체가 밝혀지고 소녀는 급기야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꼼꼼하되 여운 또한 머금고 있는 디테일들은 충격적인 후반부에 설득력을 더한다. 결혼식 준비를 위해 모인 여인들이 회합을 금지하는 눈길을 피하기 위해 곡(哭) 소리를 내서 위장하는 장면은 그네들의 비탄과 회한을 압축해서 보여주며, 나아가 그들의 울음소리가 수많은 ‘오사마’를 수태했음을 일깨워준다. 오사마 역을 맡은 올해 11살의 마리나 골바하리는 연기 경험이 전무한데도 절망의 낭떠러지에 선 불안을 날 것 그대로 부화한다. 학교가 끝나는대로 생계를 위해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것이 일과였던 마리나는 캐스팅으로 고심하던 제작자 모흐센 마흐말바프와 감독인 세디그 바르막을 단숨에 사로잡았다고 한다. 올해 칸 영화제 감독 주간에서 상영됐다.

글 이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