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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디젤의 <디아블로>
2003-10-02

복수다. 내 아내를 죽인‥경찰배지조차 팽개치고 마약조직 두목을 부숴라

미국 마약단속반 소속 경찰 션(빈 디젤)은 7년 동안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우두머리 루체포를 추적해오다 힘겹게 체포에 성공한다. 체포현장에서 루체포는 션을 노려보며 “네가 지금 무슨 일을 한 건지 알게 해주마”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투옥된다. 얼마 뒤 션의 집에 총 든 괴한들이 쳐들어오고, 총격전 끝에 션은 살았지만 부인이 죽었다. 복수의 일념에 가득찬 션은 수감중인 루체포를 찾아간다. 루체포는 “너를 죽이려고 했다면 넌 벌써 죽었어”라며 자신이 지시한 일이 아니라고 투로 말한다. 마침 루체포가 체포된 뒤 마약 카르텔 조직은, 새로 우두머리 자리를 노리는 ‘디아블로’라는 인물의 등장으로 전쟁상태에 돌입한다. 션은 아내를 죽인 범인으로 디아블로를 지목한다.

<디아블로>는 실감나는 총격전이 수시로 벌어지는 형사액션물이다. 흑백 버디형사물처럼 최근 이 장르의 영화들이 유머를 섞어가며 뒤끝 없는 권선징악으로 마무리하는 데 반해, <디아블로>는 무겁게 간다. 무엇보다 드라마의 감정선이 세다. 아내를 잃은 데 대한 션의 상실감, 거기서 오는 복수심을 중심축으로 끌어온다. 디아블로를 잡기 위해 마약상으로 위장한 션은, 거래 현장에서 자신의 아내를 죽인 현장에 있었다고 자랑처럼 말하는 한 조직원을 개패듯이 때려 죽인다. 이로 인해 경찰의 작전은 실패하고 션은 경찰배지를 반납한다. 그리곤 민간인의 신분으로 혼자 디아블로와의 전쟁에 나선다. 얼핏 70년대 형사물을 떠올리게 하는 이 설정이, 액션 중심의 연출과 마찰을 빚을 때가 많다.

복수심에 눈이 멀어 주먹을 휘두르는 장면에선 션의 상실감이 역설적으로 전달되고, 빈 디젤의 연기도 빼어나다. 그러나 수시로 끼어드는, 아내와 포옹하는 션의 회상장면만으로 그 감정선을 살려내기엔 힘이 부쳐 보인다. 막강한 마약 카르텔 조직을 혼자서 와해시키는 션의 전능에 가까운 능력발휘도 긴장감을 깎는 요인이지만, 고전적인 형사액션물의 향수를 지닌 모처럼만의 영화이기도 하다. <네고시에이터>의 F. 게리 그레이 감독 영화로, 그가 감독한 다른 영화 <이탈리안 잡>과 같은 날인 10월2일 개봉한다. 임범 기자 ism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