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씨네월드)이 지난달 31일 시사회를 갖고 처음 공개됐다. <황산벌>은 고구려ㆍ백제ㆍ신라가 지금처럼 사투리를 썼다는 가정 아래 신라와 백제의 결전인 황산벌 전투를 코믹하게 그린 영화. "밥도 묵었고 슬슬 전쟁 혀야제?"(계백) "계백아, 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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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황산벌> 이준익 감독
2003-10-02

"역사와 한번 코믹하게 놀아보고 싶었다"

오는 17일 개봉하는 역사코미디 영화 <황산벌>(제작 씨네월드)이 지난달 31일 시사회를 갖고 처음 공개됐다. <황산벌>은 고구려ㆍ백제ㆍ신라가 지금처럼 사투리를 썼다는 가정 아래 신라와 백제의 결전인 황산벌 전투를 코믹하게 그린 영화. "밥도 묵었고 슬슬 전쟁 혀야제?"(계백) "계백아, 니가 거시기 허야겄다"(의자왕) 등 재치있는 대사와 당시에도 사투리를 썼다는 발상의 신선함으로 시나리오 완성 단계부터 일찌감치 영화팬 사이에 많은 기대를 모아왔다.

연출을 맡은 이중익 감독은 <간첩 리철진>, <아나키스트>, <달마야 놀자> 등을 제작했고 <택시>와 <투게더> 등을 수입ㆍ배급했던 영화사 씨네월드의 대표. 직접 메가폰을 잡은 것은 10년 전 데뷔작이었던 <키드캅>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시사회가 끝난 후 기자들을 만난 이 감독은 영화에 대해 씨네월드의 대표적인 히트작 <달마야 놀자>의 제목을 인용해 "역사와 한번 놀아보자라는 생각으로 역사를 코미디 영화로 표현했다"고 설명하며 "역사를 가지고 내가 놀았던 과정이 관객들에게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감독과 일문일답.

직접 연출을 맞게 된 계기는?

▲시나리오가 나온 뒤 여러 명의 감독들을 거쳐갔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연출을 못 맡게 됐다. 사실 연출가와 제작자 사이에 큰 차이는 느끼지 못한다. 직접 연출을 맡으면 그동안 제작자로 얻은 노하우가 연출자의 마인드와 합쳐져 더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역사와 코미디가 한 영화에서 합쳐진 것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발상이다.

▲사실 역사를 가지고 코미디 한다는 게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2년 전 <달마…>를 제작할 때 '달마와 함께 놀아보자'라는 생각을 했다면 이번에는 '역사와 놀아보자'쯤으로 제작 의도를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원래는 희극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연출을 해 보니 역사라는 것이 희극과 비극이 같이 공존하는 것이지 희극만은 아닌 것 같더라.

계백이나 김유신이나 등장인물들 사이에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한 듯하다.

▲선과 악을 구분해 악을 제압하는 방식으로 캐릭터와 줄거리를 풀어나가는 것이 더 상업적인 이야기 구성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영화는 캐릭터들 간의 싸움이기 전에 과거에 치열하게 살았던 우리조상들의 이야기인 동시에 지금 우리의 이야기다. 각각은 악인과 선인으로서가 아니라 그때그때를 충실하게 살았을 뿐이다.

삼국시대 후반부를 그리고 있으면서도 여러 상징 코드가 영화에 녹아 있는 듯하다.

▲시대물은 과거를 통해 현실을 반영하는 장점이 있다. 영화 속 시대와 현실은 여러 모로 닮았다. 당시의 동서 갈등이 지금의 정치 현실과 비슷하고 삼국과 당나라와의 관계도 미국이 동북아 정세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현실과 흡사하다. 당나라 이후 원나라, 청나라, 일제, 미국 등 단 한번도 강대국이 우리나라에서 권력행사를 하지 않았던 시기는 없었다. 이런 점을 가지고 '놀아보고' 싶었다.

영화를 보러 극장에 오는 관객들에게 바라는 점은?

▲상업화한 틀에서 관객들이 즐기면서 느낄 수 있을까 궁금하다.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역사를 가지고 노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것인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