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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카우보이 비밥>
2003-09-30

서기 2071년‥화성에 폭발사고가 터졌다

위상차 공간 게이트 덕분에 사람들이 자유롭게 혹성을 오가는 서기 2071년의 미래. 화성에서 트럭 한대가 폭발하며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퍼져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경찰은 3억 우롱이란 현상금을 내건다. 스파이크가 이 현상금을 못본 척 지나칠 리 없다. 스파이크 스피겔. 98년 <도쿄 TV>와 <와우!와우!>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으로 세상에 등장한 현상금 사냥꾼, 일명 카우보이다. 스파이크는 비밥호의 식구들- 제트, 페이, 에도 그리고 천재강아지 아인과 함께 페이가 우연히 사건현장에서 촬영한 흐릿한 화면을 단서 삼아 범인을 찾아나선다.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어두운 과거의 기억을 잊어버렸다는 점에서 영화의 악당 빈센트는 어찌 보면 스파이크의 또다른 분신이다. 빈센트는 마이크로 로봇을 이용한 인체실험의 희생물이었고 자신의 연인도 잊은 채 세상에 복수하기 위해 돌아왔다. 그래서 “언제나 혼자지. 마치 꿈 속에서 사는 듯한 사람”이라는 초반부의 독백은 빈센트를, 동시에 스파이크를 말하는 듯 들린다.

일본에서 방영된 1998년 TV 시리즈 극장판, 현상금 사냥꾼들 이야기

텔레비전 시리즈는 1940년대 즉흥적인 재즈음악 ‘비밥’의 음율처럼 자유롭게 캐릭터들을 내세우고 빼내며 때론 가볍고 유머러스하게 때론 가슴 저리도록 아프고 무겁게 에피소드들을 흘려보냈다. 이에 비해 극장판 <카우보이 비밥- 천국의 문>은 명백히 스파이크를 단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텔레비전 시리즈를 보지 않았던 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이야기 구도로 만들어진 셈이다. 그렇다고 시리즈가 원래 풍기던 자유로우면서도 허무한 분위기가 사라진 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의 색채는 더 강해졌다. 마지막 사랑하던 이를 기억해내는 빈센트의 추락을 지켜보는 옛 연인과 스파이크, 그들 위로 장자의 나비가 가루를 흩뿌릴 때 영화는 꿈과 현실의 경계, 기억과 삶과 죽음의 문제에 대한 철학적 성찰에까지 이른다. 역시 간노 요코가 음악을 맡았으며, 모노톤의 쓸쓸한 오프닝 장면은 <인랑>의 오키우라 히로유키 감독이 만들었다. 2일 씨어터 2.0, 중앙시네마 2곳에서 개봉한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사진 그루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