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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만화의 매력은 어디로? <음양사>
김용언 2003-09-30
■ Story

1천년 전, 헤이안 시대에는 사람과 귀신이 공존하며 살아갔다. 태자 책봉을 둘러싼 궁중에서의 암투가 시작될 때 당대 최고의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는 수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다. 궁정관리 미나모토 히로마사는 세이메이에게 도움을 청하러 갔다가 그의 매력에 빠져든다. 한편 또 다른 음양사 도손은 과거의 원한 때문에 악령을 받아들여 황실을 저주로 몰아넣으려는 음모를 꾸민다.

■ Review

헤이안 시대에 실존했다고 알려진 신비로운 인물 아베노 세이메이는 소설과 만화, 드라마, 전통 연극 등을 통해 끊임없이 부활하고 있다. 인간과 여우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소문, 미래를 예언하고 요괴를 퇴치할 수 있는 영적인 능력의 소유자로서 황실 수호의 임무를 완수했다는 곳곳의 기록이 그를 가장 일본적인 색채의 영웅으로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기 때문일까? 한국에서도 오카노 레이코(그녀는 데즈카 오사무의 며느리이기도 하다)의 만화 <음양사>와 최근 출간된 유메마쿠라 바쿠의 원작소설 등을 통해 수많은 망가팬들을 열광시키기도 했던 아베노 세이메이가 드디어 스크린에까지 진출하였다. 히로스에 료코의 히트작 <비밀>을 연출했던 다키타 요지로가 메가폰을 잡은 초대형 블록버스터 <음양사>가 바로 그것이다.

만화 <음양사>의 매력을 칭할 때는 흔히 극도로 절제된 고아한 동양미와 결코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지극히 일본적인 신비주의, 그럼으로써 ‘요괴퇴치’라는 소재에서 연상되는 동적인 외양보다는 정적으로 흘러가는 명상적인 분위기를 꼽게 된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영화 <음양사>는 만화의 매력을 절반밖에는 살리지 못한, 엉거주춤한 블록버스터의 행로를 걷고 있다. 아무리 일본의 역사에 무지한 이국 관객의 눈으로 보더라도 인공적인 아름다움으로 충만한 과거 풍광에 마음을 빼앗기다가 느닷없이 등장하는 요괴들을 표현하는 SF 특수효과의 조악한 조합에는 실소가 흘러나오고야 만다. 별다른 볼거리로서의 액션을 부여받지 않은 아베노의 ‘아날로그적인’ 정중동 시퀀스들에 강하게 스며들어 있는 카리스마에 비한다면, 곳곳에 출몰하는 악령들은 무시무시함이나 악함의 기운을 전혀 느끼게 하지 못하는 온라인 게임캐릭터 같은 느낌을 줄 뿐이다. 아베노 역을 맡은 일본 전통예술 광언(狂言)계 스타인 노무라 만사이의 독특한 고요한 매력과 유사한 스타일로 영화 전편을 이끌어가는 쪽이 팬들의 기대를 훨씬 더 충족시켰을 뻔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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