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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해도 귀여워,<해피 에로 크리스마스> 촬영현장
권은주 2003-09-23

충북 청주시내의 한 볼링장 앞마당. 늦더위 속에서 겨울용 털점퍼를 걸친 한 경찰이 작은 꽃다발을 들고 휘파람을 불며 걸어온다. 그런데 이 경찰이 무엇을 발견했는지 화들짝 놀라며 재빠르게 몸을 숨긴다. 짝사랑하는 볼링장 여직원 허민경(김선아)에게 어릴 적부터 숙적인 온천파 보스 방석두(박영규)가 사랑을 고백하는 것을 본 초보경찰 성병기(차태현)의 눈에는 불똥이 튄다. “컷∼.”

해를 보기 힘든 날 속에서 하루 반짝 해가 난 지난 9월17일 오후. 여름에 촬영하는 겨울영화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가 막바지 촬영을 서두르며 현장을 공개했다. 궂은 날씨로 인해 못다한 촬영을 모두 마치겠다듯 스탭들의 얼굴과 눈동자에는 비장함마저 감돌았다. 그 비장함 속에서도 엷은 미소를 띠고 조용히 움직이는 이건동 감독은 극중 석두가 좋아하는 영화가 <러브레터>인 이유를 “영화 <러브레터>는 마음이 답답할 때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가슴 찡한 영화다. 처음엔 에로비디오인 줄 알고 빌려봤지만”이라고 설명하며 “예전에 잃어버렸던 것과 따뜻한 것을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귀여운 섹스코미디가 될 것이다”라며 자신의 영화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는다. 어린 시절부터 숙적이었던 방석두를 잡겠다는 일념하에 경찰이 된 청년 병기와 멜로와는 조금 거리가 있을 듯한 아저씨 건달 석두가 크리스마스에 한번도 애인이 있어본 적이 없는 민경을 사이에 두고 펼치는 힘겨루기는 누구에게 해피엔딩일까. 즐겁고 따뜻함이 기대되는 12월 중순에 확인할 수 있다. 청주=사진·글 손홍주

♣ 고향이기도 한 유성을 배경으로 촬영하고 있는 이건동 감독은 “내가 잘 아는 곳이라 좋다. 집에도 금방 갈 수 있어서 더욱 좋다”며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촬영장 곳곳을 누비고 있다.(왼쪽사진)♣ 석두를 잡겠다는 일념으로 경찰이 된 병기는 볼링장 여직원 민경을 짝사랑하지만 그녀 앞에만 서면 수줍음을 감추지 못하는 소년 같은 남자다. 언제나 마음은 열혈남아지만 넘치는 의욕을 감당하지 못해 결정적인 순간에 꼭 실수를 하고 만다.(오른쪽 사진)

♣ 볼링장 직원인 민경은 자신의 생일이기도 한 크리스마스엔 늘 실연당하는 징크스를 가지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한눈에 반한 아저씨 건달 석두는 영화 <러브레터>의 한 장면을 따라하며 사랑을 고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