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국내뉴스
영화이름 표기/ <내츄럴 시티>
2003-09-17

<내츄럴 시티>라는 영화가 나온다고 한다. 우리 영화에 외국어 이름을 붙이는 것부터 어색한데 ‘내츄럴’이라는 표기는 더욱 그렇다.

우리말에는 ‘ㅈ, ㅊ, ㅉ’으로 시작되는 말이 적지 않지만 어느 하나 ‘ㅑ, ㅕ, ㅛ, ㅠ …’ 들로 시작되는 말이 없다. ‘구·규’, ‘누·뉴’는 소리가 구별되지만 ‘주·쥬’, ‘추·츄’는 구별되지 않는다. ‘주’를 말하나 ‘쥬’를 발음하나 소리가 같다. 그렇다 보니 우리말에서 ‘ㅈ’ 다음에 ‘ㅠ’로 시작되는 음절이 없고 ‘ㅑ, ㅕ, ㅛ’로 시작되는 음절도 없다. 이런 현상은 ‘ㅈ’에만 그치지 않고 ‘ㅊ, ㅉ’도 똑같다. 공통적인 특수성 때문이다. ‘ㅈ, ㅊ, ㅉ’은 붙갈이소리(파찰음)로서, 그 뒤에 ‘ㅏ, ㅓ, ㅗ, ㅜ’가 오나 ‘ㅑ, ㅕ, ㅛ, ㅠ’가 오나 발음이 같다. 그래서 ‘ㅏ, ㅓ, ㅗ, ㅜ’만 쓰는 것이다. 이런 특성 탓에 외래어 표기법에는 ‘ㅈ, ㅊ’ 다음에 ‘ㅑ, ㅕ, ㅛ, ㅠ’ 따위 겹홀소리를 적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러므로 흔히 보이는 ‘쥬스·레져’는 잘못이다. ‘주스·레저’가 바른 표기다.

‘내츄럴 시티’라는 제목은 이런 우리말의 특성을 무시하고 있다. 이런 말이 고유명사라는 이유로 허용될 때 다른 영화 이름에서 그런 사례를 막을 수 없다. 영화 이름에서 허용된다면 다른 상품명에서 비슷한 사례 역시 막을 수 없다. 상품명에서 보이는 ‘ㅈ, ㅊ, ㅉ’ 다음의 겹홀소리 적기는 ‘ㅈ, ㅊ, ㅉ’ 다음에 겹홀소리를 적을 수 없다는 외래어 표기법 자체를 유명무실하게 만들 것이다.

자유로운 경제 활동은 보장돼야 하지만 최소한의 어문규범은 존중해야 한다. 고유명사라는 이유로 우리말과 글에 혼란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김세중/국어연구원 어문자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