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파급효과 그다지 크지 않을듯, 한국영화 일본진출에 호기 예측도, 침체된 비디오산업엔 악영향 우려

지난 16일 발표된 일본대중문화 4차 개방안은 이전의 개방조치에 비해 폭이 가장 큰 것은 사실이지만 3차 개방 이후 3년만에 나온 추가 개방안인 만큼 영화나 애니메이션, 비디오 분야에서 파급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8세 이상 관람가'나 `제한상영가' 등급까지 전면 개방되는 영화의 경우 지금까지 국내 개봉된 일본영화의 흥행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으로 미뤄 그다지 큰 파장은 없을 듯하다.

올 상반기 일본영화의 국내 극장 점유율은 1.5%.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0.5% 포인트 높아졌지만 여전히 일본영화는 국내 극장가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1998년 일본영화가 국내에 처음 선보이기 시작한 이래 전국관객 100만 이상의 흥행성적을 올린 영화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사진), <러브레터>, <주온> 등 3편뿐이다.

반면 국내 영화의 일본 수출은 99년 14편 187만 달러, 2000년 20편 527만 달러, 2001년 22편 597만 달러, 2002년 19편 658만 달러 등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일본영화의 전면 개방이 한국영화의 일본시장 진출에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한편 영화와 같은 수준으로 전면 개방되는 비디오 시장은 가뜩이나 움츠러든 산업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체는 성인비디오 영화 제작사. 이른바 `핑크 무비'나 `로망 포르노'라고 불리는 일본의 성인물이 유입되면 국내 비디오물보다 한층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이어서 에로 비디오 제작사들의 불황에 더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승수 클릭영화사 대표는 "워낙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경쟁력'에서 한수 위인 일본 핑크 무비가 안방으로 들어오게 되면 문을 닫게 되는 업체도 속속 나타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콘텐츠의 경쟁력에서 일본이 큰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평가되는 애니메이션 분야는 관련산업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올 연말에 개방 폭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개방 폭이 클 경우 큰 피해가 예상되는 쪽은 극장용 애니메이션보다 TV용 애니메이션이 될 듯하다.

극장용의 경우 3차 개방까지 개봉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은 국제영화제 수상작인 30여 편. 이들 역시 개방 이후 별다른 흥행성을 보이지 못한 만큼 추가 개방이 돼도 산업적으로는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비해 국내에 비해 10배 가량 많은 편수를 제작하는 TV용 애니메이션은 개방 폭이 클수록 파급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한국 애니메이션 제작자협회 이교정 전무는 "협회에서는 방송용과 극장용 모두 `15세 이상 관람가'까지 양보하겠다는 입장을 문화부에 전달한 바 있다"고 전하며 "전면 개방을 수년간 늦추는 대신 걸음마 단계인 국산 창작 애니메이션에 대한 육성책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산 애니메이션 육성책으로 방송 애니메이션의 국내제작물 쿼터제를 전체 프로그램에 대한 비율로 바꾸는 한편 스크린쿼터제에 국산 애니메이션에 대한 인센티브를 도입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