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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스타트렉’ 극장판? 겉만…
2003-09-16

〈네메시스〉는 1960년대부터 시작한 티브이 장수 프로그램인 〈스타 트렉〉 시리즈를 극장판으로 만든 일련의 영화 중 가장 최근의 것이다. 우주전함 엔터프라이즈가 우주 공간에서 겪는 모험담이라는 이 시리즈 고유의 설정을 그대로 빌려오고, 엔터프라이즈호 피카드 선장 역의 패트릭 스튜어트, 라이커 사령관 역의 조너선 프레익스, 인조인간인 데이터 대위 역의 브렌트 스파이너 등 〈스타 트렉〉 군단 배우들이 그대로 출연한다. 낯익은 얼굴들, 대사 위주의 연기와 약간 썰렁한 농담 등이 이 시리즈 고유의 향수를 자극한다. 그러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영화는 테러집단을 응징하는 전쟁활극으로 변질되고 시리즈 고유의 풍미는 반감된다.

로물루스 행성은 이웃한 리무스 행성을 식민지로 다스렸다. 로물루스 행성의 우두머리 신존(톰 하디)이 역모를 일으켜 로물루스 평의회를 장악한다. 신존은 로물루스 행성이 만든 복제인간이다. 로물루스 행성이 은하연방에 반기를 들 작정으로 엔터프라이즈호 피카드 선장의 디엔에이를 복제해 그를 만들었다. 그러나 중간에 계획을 포기하고는 어린 신존을 리무스 행성의 탄광에 버렸다. 그곳에서 신존은 로물루스인들의 혹독한 탄압 속에서, 리무스인들의 도움을 받으며 자랐다.

그리곤 피억압자와 연대해 로물루스 행성을 장악했다. 건전한 상식을 따른다면 영화는 신존의 편에 서야 한다.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 신존을, 복수에 눈이 멀어 인성이 파탄난 미치광이로 만들고 만다. 아랍 내지 다른 제3세계 과격파에 대한 미국인의 시각이 그대로 녹아 있다.

그 다음부터는 피카드와 신존의 대결이다. 많이 보아온 이런 대결에(마지막에 둘이 일대일 주먹대결을 벌이는 것까지 빼놓지 않는다) 긴 시간을 쏟느라, 〈스타 트렉〉 시리즈의 다양한 조연들이 설 자리가 줄어든다. 이런 영화를 굳이 〈스타 트렉〉 시리즈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19일 개봉. 임범 기자 isman@hani.co.kr사진 UIP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