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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성찰의 시도,<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 Story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호수의 한가운데에 떠 있듯 자리잡은 조그마한 암자. 그곳에 노승과 동자승이 살고 있다. 여기서 인생은 계절의 흐름으로 압축된다. 봄, 미물을 장난감 삼아 놀이한 동자승에게 노승은 호통을 친다. 여름, 청년이 된 동자승은 병을 고치기 위해 암자를 찾은 여고생과 사랑에 빠져 암자를 떠나 속세로 빠져든다. 가을, 살인을 저지르고 다시 암자를 찾은 청년은 노승의 가르침으로 번뇌를 씻고 감옥으로 향한다. 겨울, 죗값을 치르고 중년이 되어 다시 찾은 절, 산을 오르는 고행으로 깨달음을 갈구한다. 그리고 다시 봄.

■ Review

김기덕의 아홉 번째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은 전에 없는 방식으로 풍경의 심도를 구축한다. 물 위에 떠 있는 암자는 고립된 세상을 주공간으로 삼던 김기덕식 로케이션의 결과이지만, 언제나 ‘자연의 반대명제’로 이미지를 주조하던 방식은 이제 자연 풍경의 아름다움을 담고자 하는 ‘먼’ 시선을 포함한다. 그러나, 그 조그마한 암자 안으로 들어가면 벽이 없는 문과 오직 그 문을 통해서만 들고 나는 인물들, 또는 벗어나는 인물들이 있다. 즉 김기덕만의 조형적인 설치와 캐릭터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영화 속 노승의 말에 따르면 이들의 행위는 “저절로 되는 것”이고, 그 결과는 죄에서 구도로의 길을 열어놓는다. 이 길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며, 어느 때나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메시지이다. 여기에 덧붙여, 김기덕은 ’겨울’ 에피소드에 직접 출연함으로써 명백한 자기 참조적인 의사표시까지도 시도한다.

이 영화가 갑자기 착한 영화의 궤도로 선회하였다고 변화의 지점을 지적하는 것은 무용한 윤리적 강도를 끌어들이는 일이 될 것이다. 그동안 김기덕은 중심적인 이미지를 위해서라면 나머지를 버려왔다. 대부분 ‘덧붙이는 것’보다는 ‘버리는 것’에 방점을 찍어왔다. 그러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는 계절에 따라 다섯번의 고정점이 생겨나고 서로 맞물린다. 미물을 보살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배우는 봄, 속세에 때묻어 암자를 떠나는 여름, 살인을 저지르고 돌아와 반야심경을 새기며 뉘우치는 가을, 산정상으로 불상을 옮기는 고행의 겨울, 그리고 노승이 되어 또 다른 동자승에게 가르침을 이어주는 봄. 때문에 영화는 오히려 분명해졌다. 설명되지 않고, 어긋남으로써 에너지를 분출해왔던 김기덕의 방식(예를 들어 공간의 불균질한 절합, 판타지와 실제의 경합)이 여기서는 앞뒤를 꽉 맞추고 있다. 그런 점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은 불교문화를 소재로 한 자아성찰의 시도이면서도, 한편으로는 해묵은 ’신비화’의 문제와 맞서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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