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부터 여성영화인모임은 여성영화인 재교육사업의 일환으로 회원 특강을 주최하고 있다. 며칠 전엔 영화마케팅에 대한 특강이 있었다. 마케팅에 대한 이론적 강의와 사례분석을 주제로 서강대 경영학과의 정재학 교수와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가 강사로 나와 ‘21세기 마케팅 패러다임과 영화마케팅’, ‘영화 <YMCA야구단>(사진) 마케팅 결과 분석‘에 대해 강의했다.
‘시나리오 독해법’이란 주제로 진행된 육상효 감독의 첫 번째 강의나 싸이더스 차승재 대표의 ‘영화제작의 정공법’에 관한 두 번째 강의 등, 앞선 두번의 강의와 마찬가지로 이날 강의도 영화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특히나 유익했던 시간이었다. 이날 참석치 못한 많은 사람들에게는 정말 아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강의에서도 언급됐듯이 이론이 배제된 실제란 ‘동물적인 감각’에 의존하기 쉽다. 이론과 실제가 병행하는 것만큼 이상적인 것은 없는 듯하다. 앞으로도 현장에서 일하면서 ‘이런 것들은 꼭 알았으면 좋겠다’라는 제안사항이 있다면 그에 걸맞은 강사와 강의 내용을 마련할 것이다.
사실 이번 특강은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영화인들에게 직간접적으로 필요한 정보들을 제공하여 실용적으로 활용하기를 바라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행사를 진행하면서 정회원보다는 준회원, 비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보며 정회원들의 좀더 활발한 참여와 관심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여성영화인모임’이란 영화일에 종사하는 뜻있는 여성들의 모임이다. 몇년 전 부산영화제 기간 중 영화인회의에서 발간하는 잡지 에서 여성영화인 간담회를 가졌었는데, 여성영화인들을 위한 모임의 필요성에 대하여 의견이 모아졌고, 그때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여자들만 모여서 오해가 있을지 모르지만 말 그대로 여성영화인모임일 뿐이지 딴 뜻은 없다. ‘남녀차별’에 대한 개탄을 부르짖는 여성운동의 일환도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일을 하는 데 있어서 여자라고 해서 특별한 불이익을 당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여성영화인모임’은 우리가 영화계에서 차별받았기 때문에 여자들의 목소리를 내자는 뜻으로 결성하게 된 것이 아니다. 이 모임 구성원들은 일에서의 성과란 남녀의 구분없이 자기 능력에 따른 것이란 공통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영화인은 분야별로 소수 인원들이 있기에 아직 개척하지 않은 분야들이 많이 있다. 사실, 지금까지 한국 영화사에서 여성의 존재는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현장에는 언제나 여성들이 존재해왔고 또 최근에는 그 수나 분야도 크게 늘었다. 현재 영화에 종사하는 여성 인력이 500∼600명 정도가 된다고 한다. 여성 인력이 활발히 활동하지 않는 분야에 골고루 분포시키는 일을 여성영화인모임에서 했으면 하는 것이다.
여성영화인모임은 앞으로 영화인이 될 여성후배들을 위해서 만든 터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일하는 여성영화인모임의 운영위원들은 아무런 배경이나 정보없이 토대를 일군 사람들이다. 우리는 단지 모두가 씨를 뿌리고 싹을 틔울 터전을 일구어놓는 일밖에 하지 못했다. 나머지는 앞으로 일해나갈 사람들의 몫이다. 우리는 후배들을 위해 기꺼이 거름지게를 짊어질 생각이다.
영화인, 그중에 여성영화인이 되기 위한 자격조건에 대해 간혹 묻는 후배들이 있다. 그럴 때는 이렇게 말해준다. 영화를 사랑하는 것은 당연한 마음가짐이고, 어떠한 분야이든 간에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여성이기 때문에 받는 불이익보다는 스스로 여성임을 염두에 두고 몸을 사리는 일이 많을지 모른다. 나는 여성들이 영화계 곳곳에서 일하길 바라고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 발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국에서 여성영화인으로서 일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게 되길 바란다. 나 스스로도 항상 열심히 자기 자리에서 일하겠다.
참! 여성영화인모임을 위한 적극적인 격려와 협조, 후원은 남녀구분 없이 가능하다. 생각이 있으신 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채윤희/ 올댓시네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