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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영화제]<나비> 비평가주간서 상영
2003-09-04

제60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된 <나비>가 2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6시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 섬의 팔라 갈릴레오 극장에서 기자시사회를 가진 데 이어 3일 오전 11시 살라 페를라 극장에서 공식상영됐다.

지난 4월 30일 국내 개봉된 <나비>는 삼청교육대를 소재로 한 멜로영화. 조직폭력배를 거쳐 나이트클럽 `제비'로 살아가던 민재(김민종)가 군부 실력자 허대령(독고영재)의 애첩으로 변한 옛 애인 혜미(김정은)를 만나 다시 사랑을 불태우지만 허대령의 음모로 민재는 삼청교육대로 끌려가고 허대령의 심복인 황대위(이종원)의 충성심과 질투심으로 비극을 맞는다는 것이 기둥줄거리.

이곳의 기자와 평론가들은 멜로 드라마의 줄기에 액션과 코미디 등을 결합한 형식에 큰 흥미를 보였으며 특히 김정은과 왕도철 역을 맡은 이문식의 코믹 연기에 폭소를 터뜨렸다. 미국 영화학교(AFI)에서 촬영을 전공하고 <흑수선>과 <가문의 영광>에서 비주얼 디렉터를 맡았던 김현성(31) 감독의 화면 연출 솜씨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 이탈리아 기자는 "판타스틱(환상적)!"이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으며 "홍콩 출신 할리우드 감독 우위썬(吳宇森)의 영화와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평하는 관객도 있었다. 나이가 지긋한 영화평론가는 "80년대 초의 비극적인 현대사를 살려내 감명받았다"고 감회를 털어놓았다.

국내에서는 만족할 만한 평가와 흥행성적을 내지 못했던 김현성 감독도 시사회 반응에 고무됐으며 동행한 태원엔터테인먼트 관계자도 이탈리아 개봉을 추진해보라는 적극적인 권유를 받았다.

3일 오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감독은 "국내에서는 멜로물을 `신파'라는 딱지를 붙여 낡은 장르의 영화라고 보는 경향이 있는데 나는 멜로물이 지닌 진정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국내 관객들이 영화를 많이 보지 않은 이유가 진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닌가"라는 미국 여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나보다 윗세대들은 공감을 하고 어린 세대들은 선입관 없이 영화를 즐겼다"고 대답한 뒤 "가장 변화가 많았던 30대 초반 세대들은 스트레스를 푸는 대상으로 영화를 보기 때문에 무거운 주제나 소재를 기피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핵 문제를 묻는 정치적인 질문도 나왔는데 김감독은 "젊은 세대들이 북한이 얼마나 위협적인 존재인지 깨닫지 못한 것 같다"면서 "미국이 개입하기 전에 성숙한 자세로 남북한 관계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베니스 영화제는 비평가주간에 초청된 8편 가운데 한 편을 뽑아 1만 유로(한화 약 1천320만원)의 상금을 전달하며, 전체 초청작 중 신인감독 작품 한 편에 상금 10만 유로(한화 약 1억3천200만원)의 미래사자상을 시상한다. <나비>는 두 상의 후보로 모두 올라 있다.

김현성 감독은 현재 판타지풍의 로맨틱 코미디 <투명한 거리>(가제)의 시나리오를 집필중인데 캐스팅 작업 등을 거쳐 11월에 촬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베네치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