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 뉴 헤비스(Brand New Heavies)가 왔다 가더니 이번엔 인코그니토가 온단다. 공연은 화요일인 2003년 8월26일 오후 8시에 어린이대공원 내 돔아트홀로 잡혀 있다. 인코그니토(Incognito) 하면 브랜 뉴 헤비스와 더불어 1990년대 영국의 애시드 재즈 열풍을 이끌어갔던 리더의 하나. 기타를 치는 장 폴 “블루이” 모닉(Jean-Paul “Bluey” Maunick)을 빼고는 오리지널 멤버가 거의 다 바뀌긴 했지만, ‘인코그니토’가 결성된 것은 무려 24년 전인 1979년이다. 당시는 디스코가 휩쓸던 때. 재즈, 록, 훵크(funk) 할 것 없이 디스코가 모든 것을 먹어치우던 시기였다. 미니멀하고 쾌락주의적인 디스코는 그 전까지만 해도 분화되어 있던 훵크와 퓨전 재즈, 하우스 댄스가 혼합되어 서로가 서로를 닮아가는 ‘익명’의 시대를 만들어놓았다. ‘익명’이라는 이름을 지닌 밴드 ‘인코그니토’는 바로 그러한 혼융의 한가운데에서 그루브에 몸을 맡기는 익명의 퓨전 훵크를 꿈꾸었던 것일까.
1980년대는 그들에게 잠정적인 활동 중단의 시기였다. 디스코의 열기가 식고 뉴 웨이브가 자리잡은 1980년대는 재즈와 훵크, 디스코를 혼합한 인코그니토 같은 밴드가 먹고살기 힘든 시기였을 것이다. 더군다나 인코그니토 같은 훵크 밴드는 기본적으로 인원이 많다. 기타, 드럼, 베이스, 키보드의 기본 편성에 브라스, 백 보컬, 현악기 주자들의 기용이 필수적이다. 이처럼 덩치가 큰 밴드가 다시 빛을 보도록 한 것은 다름 아닌 언젠가도 언급한 영국의 전설적 DJ 질스 피터슨이다. 그가 운영하는 애시드 재즈 레이블 ‘토킨 라우드’(Talkin’ Loud)에서 인코그니토의 음악성을 인정, 음반이 발매되면서부터 그들은 애시드 재즈의 물결을 타기 시작했다.
인코그니토의 음악은 밥 제임스 같은 사람이 구사했던 1970년대적인 팝 퓨전 재즈 사운드와 어스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and Fire) 같은 디스코 계열 훵크 밴드가 사용했던 반복적이고 신명나는 리듬에 뿌리를 두고 있다. 밴드의 핵심인 장 폴 블루이 모닉의 리듬 기타는 조지 벤슨이 1970년대에 들려주었던 리듬 기타 패턴에 영향을 받은 듯. 밴드 특성상 사운드의 중심이 가 있는 곳은 단연 리듬 파트. 때로는 드럼 머신과 실제 드럼을 함께 가도록 하는 드럼 파트와 묵직하면서도 훵키한 베이스 리프가 음악을 리드하고 그 위에 ‘찰칵거리는’ 기타 스트로크와 펜더 로즈 사운드를 중심으로 리드미컬하게 펼쳐지는 키보드 파트의 연주가 얹어진다. 거기에 디스코풍의 ‘짠!’ 하는 스트링과 간결한 브라스 파트, 신들린 듯 화음을 넣어대는 백 보컬 파트가 덧붙여지면 인코그니토 특유의 보편적이고 익명성이 강조된 훵크 사운드가 탄생한다.
이들은 1981년 데뷔 앨범을 발매한 이래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모두 아홉장의 정규 앨범과 한장의 실황 앨범(일본 실황), 그리고 한장의 베스트 앨범을 발매하고 있다. 특히 판타스틱 플라스틱 머신(Fantastic Plastic Machine) 같은 일본 시부야쪽의 세련된 하우스 사운드에 많은 영향을 끼친 깔끔한 사운드를 구사하는 밴드여서 일본에서도 인기가 높다. 그래서인지 일본 버전의 음반을 특별히 만들어 발매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사운드는, 댄스 계열을 사랑하는 팬들과 ‘재즈 아카데미’류의 깔끔한 퓨전 재즈 사운드를 사랑하는 팬들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친화력을 지니고 있다. 누가 누구랄 것도 없이 리듬에 봉사하는 전체 멤버의 율동감이 라이브 무대에서 어떻게 타오를지 기대된다. 성기완/ 대중음악평론가 creole@hite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