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훤히 보이는 신파,<플라스틱 트리>
■ Story

이발사 수(김인권)와 퀵서비스 배달원 원영(조은숙)은 바닷가 이발소에서 동거 중이다. 이들에게 수의 옛 친구 병호(김정현)가 신세 좀 지겠다며 찾아온다. 섬약한 수와 달리 터프한 병호는 수가 성불구임을 알아채고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던 원영을 범한다. 이후 원영은 수를 멀리하고 병호를 따른다.

■ Review

미용사인 엄마가 딸 잃은 슬픔으로 아들을 계집애처럼 키웠다 치자. 남성성을 거세당한 아들은 거세의 상징인 가위의 운명을 못 벗어나 이발사가 됐다. 이쯤 되면 <가위손>의 에드워드만은 못해도 트라우마 가득한 소심남의 내성적 공격성에 공감하게 될지도 모른다. 게다가 오럴섹스에 만족하던 애인까지 ‘남자맛’을 보여주는 옛 친구가 낚아챈다면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흉내낸 섹시한 심리극이 될 소지도 없진 않다. 하지만 여기까지. <플라스틱 트리>는 자신의 착상을 유치하게 전락시킨 반면교사로 자족한다. 평면적인 캐릭터나 과거에 결빙된 구성은 신선함 대신 뻔한 과장만 남발하며, 덜된 연출이 빚은 어설픈 연기와 상투적인 대사는 서너 수가 훤히 보이는 신파만 재촉한다. 해바라기나 머리 깎기 따위의 상징은 노골적이고 폭력적으로 강요될 뿐이다. 여기저기서 베껴댄 촬영 테크닉들은 영화를 습작품으로 보이게 할 정도다. 결말이 던지는 인생유전의 메시지가 영화 전반의 조잡함과 억지스러움을 수습하기엔 역부족이다.

무엇보다 <플라스틱 트리>는 김기덕 아류가 되기로 작정한 듯하다. 한적한 해안엔 ‘파란 대문’ 대신 이발소가 들어서고, 체제로부터 소외된 그 ‘섬’에서 ‘나쁜 남자’가 갑자기 여자 입술을 빼앗는다. 한데 저항하다 말고 이후 올누드를 남발해대는 원영의 섹스신은 에로비디오풍 강간환상을 맴돌고, 머리가 걸린다는 남자의 불평에 삭발을 감행하려는 그녀의 광기는 공감의 저편을 헤맨다. 여성의 희생과 남성의 교체가 ‘완벽한 해피엔딩’으로 광고되는 건 난센스에 가깝다. 마초적 주류사회의 여자 ‘갈구기’는 어찌나 오버스러운지 해외자본과 해외영화제의 후광을 강조하는 이 영화를 보고 외국 관객이 한국의 짐승스러움에 편견을 가질까 민망할 수준이다. 변두리 젊음의 희망을 플라스틱 나무의 허구성에 빗대보려는 <플라스틱 트리>는 불행히도 김기덕식 진정성을 플라스틱 같은 싸구려 엽기멜로로 날려버린다. 그 촌스러움을 강화하는 70년대풍 구닥다리 음악을 <남과 여>의 프란시스 레이가 맡았다니 안쓰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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