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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김기덕 감독
2003-08-25

"자연 속의 미물과 인간은 결국 다르지 않는 것"

제3회 광주국제영화제 개막작 <봄 여름…>의 김기덕(43) 감독을 23일 오후 광주시 동구 충장로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산속 사찰의 사계를 배경으로 동자승-청년승-장년승-노승 등으로 성장하는 한 인물의 모습을 그린 이 영화가 처음 기획된 것은 2001년 감독이 해외영화제에 들렀을 때. 감독이 숙소에서 설산을 보던 중 문득 떠오른 생각을 써내려 갔고 지난해 5월 첫 촬영을 시작해 각 계절에 맞춰 1년여에 걸쳐 촬영됐다.

독일의 아트하우스 판도라필름이 공동제작으로 참여한 영화는 순제작비 15억여원을 들여 만들었으며 최근 폐막한 로카르노영화제에서 본상 수상에는 실패했으나 청년비평가상과 돈키호테상, CICAE/ARTE(국제예술영화관연맹)상, NETPAC(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 등 4개 부문을 휩쓴 바 있다. 전국 극장 개봉일은 다음달 19일.

다음은 김기덕 감독과의 일문일답.

로카르노 영화제의 반응은 어땠나?

▲영화제의 관계자가 하는 말이 영화제 40회 역사 동안 기자시사회에서 박수가 쏟아진 것은 처음이라더라. 유럽 6대 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가 대상을 수상한 적은 없는 만큼 이번 기회가 우리영화 발전을 위한 계기가 됐으면 하는 기대를 했다.

전작들에 표현 강도에서 많이 순해진 느낌이다. 처음 시놉시스를 쓴 이후 바뀐 점이 있는가.

▲원래는 여름신에서 오럴섹스 등 성에 대한 모든 이미지들을 다룬 원초적 정사신이 있었지만 제외했다. 더 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감상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영등위에서 (이 영화의) 예술적 가치를 인정했나보다(웃음).

영화에 직접 출연한 계기는?

▲겸연쩍고 부끄럽다. 안성기 씨 같은 배우를 출연시켜 선무도 장면을 멋있게 그려보고 싶었고 도올 김용옥 선생을 섭외하기도 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떠밀려' 출연할 수밖에 없었다. 이왕 모자를 벗고 출연하게 된 이상 내 본질을 솔직히 보여주려고 했다.

궁극적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인가?

▲인생을 살며 남에게 말할 수는 없지만 용서받을 수 없을 만한 죄의식은 항상 남아있는 듯하다. 사회적인 범죄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범죄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죄라기보다는 결국 인간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것을 자연 질서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결국, 자연속의 미물들과 인간은 그리 다르지 않다.

표현의 수위도 그렇고 주제나 분위기도 그렇고 이번 영화를 그동안의 영화 흐름에서 전환점이 되는 작품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영화를 찍으면서 스스로 많이 정화된 것 같다. 먹고 살만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사회나 국가란 무엇인가를 이야기했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인간은, 나는, 혹은 우리는 무엇인가를 고민했다. 하지만 앞으로의 영화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 지는 알 수 없다. 세상을 더 잔인하게 볼 수도 있고 인간에 대한 애정이 없어질 수도 있다.

영화의 말미 반가사유상이 산 높은 곳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장면은 무슨 의미를 갖고 있나.

▲'결국 부처님 손바닥 안'이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저 넓은 자연에 씨앗같은 인간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반가사유상과 주인공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수행하는 것은 부처님의 모습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를 희망한다는 것, 부처를 닮고자 하는 희망을 담고 있다.

후반부 다시 돌아온 봄에서 아이를 맡기고 가는 부인은 두건을 쓰고 있다. 관객들이나 노승에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얼굴을 보여주지 않아도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무엇인가의 사연을 갖고 있을 터고 아이를 보고 우는 소리가 나오며 두건에 흘리는 눈물이 베어나오는 것이면 아이를 두고 가는 어머니를 전부 표현한 것이다.

(광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