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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가을 영화 72편 올가이드- 9월 [1]
김혜리 2003-08-22

9월의 첫 주말 스크린에서도 해적은 시퍼런 칼을 휘두르고 흥분한 젊은이들은 분노의 액셀러레이터를 밟는다. 여름의 망령은 그리 쉽게 물러나지 않을 태세지만 바람의 방향은 조금씩, 그러나 확실히 바뀔 것이다. 거리의 유행처럼 남들과 발맞춰 따라잡기도 숨가쁜 영화들이 조금씩 기세를 꺾고, 작고 다채로운 영화들의 얼굴에 화색이 도는 가을이다. 현재 9월 첫 주말부터 11월 마지막 주말까지 극장 진입을 계획하고 있는 영화는 모두 ?편. 한국영화로는 추석 흥행신화 재현을 노리는 <조폭 마누라2>, 시대극 장르의 폭을 더할 <황산벌>과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김기덕 감독의 변신 소문이 나도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과 박찬욱 감독식 액션을 예고하는 <올드 보이> 등 21편이 서로 다른 유혹의 기술을 선보인다. 외화로는 타란티노의 컴백작 <킬 빌>이 <올드 보이>와 무공을 겨루고 구로사와 기요시, 코언 형제, 워쇼스키 형제, 리들리 스콧의 신작에 대한 기다림이 끝난다. 여름 스크린의 뜨거운 기억을 털어내며 숨을 고르고 있는 당신을 위해 가을날의 영화들을 한데 모았다. - 편집자

내츄럴시티

감독 민병천 출연 유지태, 이재은, 서린 제작 조우엔터테인먼트 배급 튜브엔터테인먼트 개봉예정 9월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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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0년, 피가 흐르지 않는 여인과의 사랑이 시작된다

한국 블록버스터영화의 자존심을 살릴 것인가. <내츄럴시티>에 우선적으로 쏠리는 관심은 그동안 작품성에서나 흥행에서나 부진을 면치 못했던 초대형 프로젝트의 첫 성공작이 될 것인지 여부다. 그건 <내츄럴시티>가 후발 블록버스터라는 점 때문만이 아니라 개봉을 한참 앞둔 시점부터 “비주얼이 뛰어나다”는 소문이 퍼진 데 따른 기대효과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기대에는 같은 뮤직비디오나 <유령> 등을 통해 영상을 만들어내는 데 탁월한 역량을 입증한 민병천 감독의 존재가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 것 또한 틀림없다. <내츄럴시티>의 배경은 22세기를 얼마 앞둔 2080년, 우주여행과 사이보그가 일반화된 세상이다. 주인공은 무단이탈 사이보그 제거를 임무로 하는 요원 R(유지태). 폐기처분될 운명의 사이보그 리아(서린)를 한없이 사랑하는 그는 그녀의 재생을 위해 자신의 직장과 친구를 배신하고 탈출을 시도한다. 인간과 사이보그의 사랑을 그린다는 점에서 <블레이드 러너>를 연상케 하는 이 영화는 ‘SF멜로’를 지향하고 있다. 꽉 짜여진 시스템으로부터 탈출하려는 주인공들이다보니 액션이 없을 수 없겠지만, 어디까지나 이야기의 중심은 이루어지기 어려운 사랑에 관한 것이란 얘기다. 만약 화려한 영상에 걸맞게 탄탄한 이야기가 뒷받침된다면 <내츄럴시티>는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신기원을 열지도 모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감독 김기덕 출연 김영민 제작 LJ필름 배급 코리아픽쳐스 개봉예정 9월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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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이 물 위의 암자로 간 까닭은?

부랑자와 매춘부의 거리에 머물렀던 김기덕 감독의 카메라가 산속 깊이 자리잡은 작은 암자를 찾았다. 경북 청송 주왕산 기슭에 자리한 작은 호수 주산지, 왕버드나무 같은 희귀 식물이 살고 있는 맑은 물 위에 그는 작은 사찰 하나를 지었다. 노승과 동자승이 살고 있는 암자, 봄이 오자 맘껏 뛰어놀 수 있게 된 동자승은 산속에서 잡은 개구리며 뱀의 몸에 돌을 매달아놓고 즐거워한다. 다음날 동자승은 몸을 일으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 노승이 소년의 몸에 돌을 매단 것이다. 동자승은 노승의 가르침을 배우며 10대 소년이 된다. 계절은 여름으로 접어든다. 김기덕 감독은 사계의 변화와 인간의 성장을 하나로 엮어 윤회하는 삶을 그린다. 소년승은 절을 찾은 소녀와 사랑에 빠져 절에서 도망친다. 가을, 청년이 된 소년은 속세에서 죄를 짓고 절로 피신한다. 겨울, 청년은 홀로 절을 지키는 중년의 스님이 되고 어느 날 한 여인이 아이를 남기고 떠난다. 다시 봄, 아이는 동자승이 되어 첫 장면의 상황으로 돌아간다. 이야기만 들어봐도 가학과 피학의 처절함으로 악명 높은 지금까지 김기덕 영화와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직접 영화를 보기 전까지 속단은 금물일 것이다. 지난 7년간 만든 8편 역시 같으면서 다른 영화였기 때문. 김기덕 감독이 중년의 스님으로 직접 출연하며 올해 로카르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이다.

주온2 呪怨2

감독 시미즈 다카시 출연 사카이 노리코 수입 한맥영화 배급 워너브러더스 개봉예정 9월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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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이나, 밤이나, 언제나 당신 곁에 머무르는 원혼

아무리 도망쳐도 소용없다. 이불 속에서, 목욕탕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원혼의 저주는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 <주온>은 자유분방한 옴니버스 구성으로, 오로지 공포감을 배가하는 데 역점을 둔 공포영화였다. 보여주는 공포를 표방하는 <주온>은 결코 망설이지 않고, 관객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2편의 무대 역시 가야코가 죽은 그 집이다. ‘납량특집 방송! 귀신이 나온다는 흉가의 실체’라는 프로그램을 위해 일본 공포영화의 호러퀸 쿄코와 스탭들이 흉가를 찾아간다. 촬영 당일 메이크업 담당 메구미가 실종되고 관계된 사람들이 하나둘 죽거나 사라진다. 이제 공포는, 원혼은 TV, 휴대폰 등을 통하여 무차별적으로 퍼져나간다. <주온2>는 비디오판과 1편을 보지 않은 사람들도 즐길 수 있도록 새로운 이야기가 전개된다. 어둠과 소리를 현란하게 구사하며 공포감을 극대화하던 시미즈 다카시의 연출력은 더욱 원숙해졌다는 평.

조폭 마누라2: 돌아온 전설

감독 정흥순 출연 신은경, 박준규 제작 현진시네마 배급 CJ엔터테인먼트 개봉예정 9월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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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꿇어’를 외치던 무서운 그녀가 돌아왔다

전국 53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조폭영화 신드롬을 낳았던 <조폭 마누라>가 2년 만에 돌아왔다. 두 번째 이야기는 뒷골목을 평정한 가위파의 두목 은진이 사고로 기억을 잃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세력 다툼 끝에 머리를 다친 그는 의식을 잃고 중국집 주방장에게 발견돼 회복된다. 그러나 문제는 자신이 누군지 전혀 기억을 못한다는 것. 중국집 배달부로서 새 삶을 살아가던 은진은 우연히 은행 강도를 잡은 것을 계기로 과거의 인물들과 마주치게 된다. 몸치장과 성교육을 맡았던 세리, 라이벌 조직이었던 백상어파 두목 등이 그들. 저개발 사업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웃과 가족을 위해 은진은 다시 가위를 든다.

<조폭 마누라 2: 돌아온 전설>은 학교에도 가고 아기도 키우는 등 엉뚱한 상황에 처한 조폭들의 ‘문화충격’을 폭소탄으로 심었던 기존의 조폭 코미디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엉뚱한 신분까지 선사한다. 2편의 바통을 이어받은 정흥순 감독(<가문의 영광>)의 “제대로 된 조폭영화를 만들겠다”는 결의가 빛을 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W.A.T. 특수기동대 S.W.A.T.

감독 클라크 존슨 출연 콜린 파렐, 새뮤얼 잭슨 수입·배급 콜럼비아트라이스타 개봉예정 9월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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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인기 TV드라마 <경찰특공대>가 스크린에 재림하다

인질 구출과 테러 진압 등 무시무시한 미션을 전담하는 경찰 중의 경찰, 특수기동대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 임무 수행 과정에서 저지른 실수로 팀에서 방출된 젊은 요원이 베테랑 요원이 이끄는 ‘외인부대’에 가담하면서 승승장구하지만, 악덕 마약상의 음모로 온갖 범죄 조직의 표적으로 떠오르게 된다. <분노의 질주> <트리플X>의 제작자 닐 모리츠와 <호머사이드> <NYPD 블루> 등 TV 경찰드라마의 연출자 클라크 존슨의 합작품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이 가는 영화.

<S.W.A.T. 특수기동대>

<패스트 앤 퓨리어스2>

패스트 앤 퓨리어스2 2 Fast & 2 Furious

감독 존 싱글턴 출연 폴 워커, 타이리스 깁슨 수입·배급 UIP 개봉예정 9월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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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스피드, 스피드…

빈 디젤은 첩보원이 되어 떠나갔지만, 스피드에 목숨을 거는 레이스광들의 모험은 끝나지 않는다. 경찰에서 쫓겨나 스트리트 레이서가 된 브라이언은 탈세혐의자 카터에게 접근하여 정보를 캐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브라이언은 오랜 친구 로만과 함께 카터가 관여하는 불법 스트리트 레이싱에 참가한다. 자동차에 일말의 관심이 있다면, 갖가지 자동차를 보는 것만으로 즐거운 영화.

네메시스 Star Trek:Nemesis

감독 스튜어트 베어드 출연 패트릭 스튜어트, 조나단 프레익스 수입·배급 UIP 개봉예정 9월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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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보다 조금 더 과학적인 판타지를 원한다면 <스타트렉>을

<스타트렉> 시리즈의 10번째 극장판. 엔터프라이즈호는 우주연합의 평화를 위협하는 로뮬라 행성으로 향한다.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로뮬라 행성에 도착한 대원들은 자신들의 복제인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하다. 로뮬란은 우주연합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선장 피가드의 유전자를 노리고 엔터프라이즈호를 유인한 것이다.

오! 브라더스

감독 김용화 출연 이정재, 이범수, 박영규, 이문식 제작 KM컬쳐 배급 쇼박스 개봉예정 9월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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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의 형제여! 어디 있다 이제사 나타났는가!

서로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배다른 두 형제가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만나게 되면서 가족애를 발견한다는 이야기. 흥신소 직원으로 살아가는 형 상우(이정재)는 아버지가 남기고 간 빚을 떠넘기기 위해 실제보다 4배나 빨리 늙는 조로증 환자 봉구(이범수)를 마지못해 데리고 살게 된다. 겉늙은 봉구의 외모를 상우가 ‘악’이용해 채무자들을 수월하게 협박하는 과정이 빚어내는 소소한 웃음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서로 정이 들어버린 이 두 형제에게서 가족애의 감동을 전달받을 수 있다.

<오! 브라더스>

<세크리터리>

세크리터리 Secretary

감독 스티브 셰인버그 출연 제임스 스페이더, 매기 질렌할 수입·배급 예맥필름 개봉예정 9월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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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조히스트 왈 “날 때려주세요”, 사디스트 왈 “싫어!”

리 할로웨이는 일찍부터 몸에 상처를 내면서 즐거움을 얻는 버릇을 지닌 아가씨. 변호사의 비서로 취직해 생활의 변화를 꾀하지만 그녀의 보스 그레이도 평범한 남자는 아니다. 빨간펜으로 서류 수정하는 일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변호사에게 오타의 벌로 엉덩이를 맞은 어느 날부터, 리의 욕망은 새로운 과녁을 찾는다. 하지만 지속적 관계를 꺼리는 남자 앞에서, 이 괴상한 사랑을 발전시키는 임무는 순전히 리의 것이 된다. 여성 작가가 쓴 작품이지만 이 로맨틱코미디가 보여주는 사랑에 대한 탐구는 아슬아슬할 만큼 남성 판타지에 가까워 논란이 예상된다.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데이비드 린치의 단골 작곡가 안젤로 바달라멘티가 음악을 맡았다.

낭낙 Nang-Nak

감독 논지 니미부트르 출연 인디라 자로엔푸라, 위나이 크라이브트라 수입 나라 디지컴 배급 신도필름 개봉예정 9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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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남편을 기다린 한 여인의 슬픈 사랑

타이의 국민감독인 논지 니미부트르의 <낭낙>은 한때 타이의 박스오피스 기록을 한꺼번에 갈아치운 초특급 흥행작이다. 전쟁으로 징집돼 생사가 확인되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다 사망했지만, 극적으로 돌아온 남편을 영혼의 신분으로라도 맞이하려는 아내의 눈물겨운 사랑을 그리는 <낭낙>은 멜로와 판타지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영화다. 한국과 함께 아시아의 영화강국으로 떠오르는 타이의 주류영화를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

▶ 미리 보는 가을 영화 72편 올가이드- 9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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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리 보는 가을 영화 72편 올가이드- 10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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