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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광주영화제 추천작 13편 그리고 +α [2]

몬테이로와 피알라를 추모하며

그들은 현대영화를 만들었다

모리스 파일라 감독

<반 고흐>

<우리의 사랑>

조앙 세자르 몬테이로 감독

<오고, 가며>

<신의 코미디>

조앙 세자르 몬테이로와 모리스 피알라는 현대 포르투갈과 프랑스영화를 언급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이다. 몬테이로는 마뇰 드 올리베이라와 더불어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거장이며 피알라는 누벨바그 이후 프랑스영화를 대표하는 작가 가운데 한 사람. 몬테이로는 지난 2월, 피알라는 1월에 세상을 떠났다.

이번에 소개되는 몬테이로의 영화는 <노란집의 추억>(1989년/ 122분), <신의 코미디>(1995년/ 163분), <오고, 가며>(2003년/ 179분) 등 3편이다. 몬테이로가 왜 위대한 감독으로 평가받는지 한눈에 보여주는 이 세 작품에서 그는 직접 주인공으로 등장해 자신의 왜소한 육체와 추악한 정신상태를 고발한다.

베니스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받으며 몬테이로라는 이름을 국제적으로 알린 <노란집의 추억>에서 몬테이로는 리스본의 값싼 하숙집에 살고 있는 남자 호아오로 나온다. 하숙집 주인의 딸에게 집적대다가 하숙집에서 쫓겨나자 복수를 꿈꾸는 이 남자는 초라하고 가난하며 음탕한 인물이지만 감독은 이 보잘것없는 사내의 삶에서 다른 어떤 영화에서도 느낄 수 없던 성스러운 느낌을 만들어낸다. 몬테이로는 <신의 코미디>와 <신의 웨딩>(1999)에도 그를 등장시켜 <노란집의 추억>은 흔히 호아오 데 데우스(영어 이름은 John of God) 삼부작의 첫 번째 영화로 불린다.

베니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신의 코미디>에서 호아오는 아이스크림 가게의 매니저로 등장, 가게에서 일하는 어린 여자들에게 지분거린다. 화장실 다녀와서 손을 씻었는지까지 일일이 참견하는 그의 모습은 한동안 이해가 되지 않지만 조만간 비밀이 드러난다. 사진을 넣는 앨범에 고이고이 간직한 여성의 음모. 그는 마치 우표 수집을 하듯 작은 봉투에 음모를 모아놓고 그걸 보며 감격하고 흥분한다. 그러던 어느 날 호아오에게 15살 먹은 여자아이가 나타나고 그는 소녀를 위해 완벽한 준비를 한다. 물에 우유를 풀어 목욕물을 데워놓고 맛있는 저녁식사와 와인을 내놓는다. 그리고 충격적인 장면이 이어진다. 식사를 하고나자 속이 안 좋다며 배설하는 소녀, 호아오는 그 배설물에 머리를 처박으며 환희에 벅찬 표정을 짓고 소녀가 목욕한 물을 정성껏 체로 걸러서 음모를 골라낸다. 올해 칸영화제에 소개된 유작 <오고, 가며>(영화평론가 정성일씨가 올해 칸영화제 최고의 영화로 꼽은 작품)에서도 몬테이로는 음모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너무도 지루한 삶을 살던 늙은이가 머리카락보다 긴 음모를 보고 말 그대로 환장해버리는 이야기. 롱테이크와 움직이지 않는 카메라를 견딜 각오만 있다면 당신도 몬테이로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하게 될 것이다.

<사탄의 태양 아래서>와 <반 고흐>가 비디오로 출시되면서 몬테이로에 비해 널리 알려진 피알라 역시 3편의 영화가 광주를 찾는다. <우리는 함께 늙지 않을 것이다>(1972년/ 110분)는 <결별>이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진 작품으로 10년째 내연의 관계를 유지하던 남녀가 갈등에 휩싸이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피알라의 다른 70년대 영화들처럼 일상에 대한 세밀한 관찰과 섬세한 심리묘사가 두드러진 작품. 상드린 보네르의 첫 주연작이기도 한 <우리의 사랑>(1983년/ 99분)은 “남자랑 있을 때만 행복하다”고 말하는 15살 소녀의 성장영화. 데뷔작 <벌거벗은 유년 시절>에서 <룰루>까지 이어지는 피알라의 ‘박탈당한 유년’에 관한 영화 가운데 하나로 세자르영화제 작품상을 받았다.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파리 외곽 오베르에 머물던 시절을 담은 <반 고흐>(1991년/ 158분)는 위대한 예술가의 드라마틱한 삶을 소박한 인간의 모습으로 그려 호평받았던 작품. 구차한 설명이나 극적 트릭없이 개인의 내면을 하드보일드 터치로 묘사하는 피알라의 스타일은 프랑스 인상파 화가의 그림에서 빌려온 아름다운 화면과 어울려 오랜 잔영을 남긴다. 남동철 namdong@hani.co.kr

▶ 2003 광주영화제 추천작 13편 그리고 +α [1]

▶ 2003 광주영화제 추천작 13편 그리고 +α [2]

▶ 2003 광주영화제 추천작 13편 그리고 +α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