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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카우보이 비밥:천국의 문> 와타나베 감독
2003-08-22

“다른 시공간 여행하고 나면 달라져 있지 않을까요?”

우리나라에서도 케이블 방송에서 방영된 <카우보이 비밥> 시리즈의 감독으로 한국에 적잖은 열혈팬을 갖고 있는 와타나베 신이치로가 7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 극장판 <카우보이 비밥: 천국의 문>(2001)을 상영하기 위해 지난주 한국을 방문했다. 미래 은하계의 도시에서 펼쳐지는 현상금 사냥꾼 ‘카우보이’들의 이야기는 허무한 듯 하면서도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듯한 스파이크·페이·잭·에도 등 인물들이 매력적인 시리즈물. 와타나베 감독은 역시 이 시리즈의 열혈팬이었던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형제로부터 의뢰를 받아 <애니매트릭스>의 두 편의 단편, <추리소설>과 <꼬마 이야기>를 만들기도 했다.

와타나베 감독은 어눌해보이는 인상과 어조와 달리 유머와 재치가 번뜩이는 사람이었다. “원래는 반다이 회사의 프라모델(조립식) 홍보용으로 의뢰받은 작품이었다. 우주선만 나오면 뭐든지 자유롭게 그려도 된다고 해서 혼자 신나게 만들었는데 보고 나더니 ‘장사 안되겠다’고 하더라.(웃음) 대신 비디오쪽 부서에서 관심을 보여 시리즈를 만들게 됐다.”

이 시리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음악 얘기다. 귀에 쏙 들어오는 오프닝 타이틀부터 재즈·펑크·록·테크노를 망라하는 간노 요코의 빼어난 음악들은 ‘음악광’인 와타나베 감독의 조율을 거쳐 더 빛을 발하게 됐다. 와타나베 감독은 자신의 작품에 영향을 준 이로 사카모토 류이치 등이 활동했던 일본 그룹 YMO를 꼽았다. “심각한 주제지만 너무 심각하지만은 않게” 리듬을 만들어나가는 <카우보이 비밥>은 실험적이며 진보적인 앨범 사이로 가끔 코미디 같은 음반도 냈던 이 그룹과 같다는 것이다.

와타나베 감독은 시리즈 방영 중단의 뒷이야기도 털어놨다. <카우보이 비밥>은 98년 봄 <도쿄 TV>에서 13회로 중도하차됐지만 같은 해 가을 에서 26회 전작이 상영되며 진가를 인정받았다. 그는 “당시 일본에선 <포켓몬> 시리즈를 보다가 아이가 죽은 ‘포켓몬 사건’이 발생해 갑자기 애니메이션에 대한 규제가 심해져 그동안 별 문제 없던 장면과 대사에 대해 방송국이 심한 삭제와 변경을 했다”며, “18회분 정도를 만들었지만 방송국에서 자기 구미에 맞는 걸로 편집해 13회만 방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너무 분해 마지막회는 온통 도쿄TV에 대한 비판적 이야기로 만들었는데 역시 대부분 삭제돼 버렸고, 이 에피소드는 비디오로도 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극장판은 감독 개인의 취향이 더 분명히 드러나며 좀더 묵시록의 느낌이 나는 액션작품이 됐다. “어렸을 때 물고기나 새의 눈에는 세상이 다른 색으로 보인다는 얘기를 듣고 과연 인간이 공간의 실재를 인식한다는 게 가능한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지금 별이 폭발하더라도 몇천년 뒤에나 우리가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간에 대해서도 의심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인간이 공간과 시간의 실재를 인식한다는 건 가능한 걸까.” ‘당신은 실재 세계에 살고 있는가’라는 극장판의 화두는 그가 어렸을 때부터 품고 있던 의문에 대한 탐구인 셈이다. 그는 애니메이션이나 영화가 “현실과는 또다른 세계를 만드는 것”이라며, “관객들에게 직접적인 방향이나 메시지를 말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전혀 다른 시간과 공간을 여행하고 나서 현실로 돌아온다면 그는 분명 달라지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궁금했던 것 한가지. 이번 극장판의 원작자도 그가 소속된 선라이즈의 많은 작품들처럼 야다테 하지메라는 인물이다. 그래서 선라이즈의 집단 창작그룹일 거라는 얘기도 많다. “우선 그가 카우보이 비밥의 원작자인 건 분명하다. 그런데 나는 만난 적도 들은 적도 없다. 혹시 그를 보면 꼭 내게 말해달라.”

그는 내년에 방영될 <사무라이 차플리>라는 시리즈를 준비 중이다. ‘차플리’는 오키나와 방언으로 온갖 재료를 넣어 섞은 음식. “말 그대로 사무라이가 나오되 장르를 규정할 수 없는 작품이 될 것이다. 음악은 힙합이다.” 에도 만큼 엉뚱하고 스파이크 만큼 자유스러워보이는 이 감독의 차기작, 정말 궁금하다.

글·사진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