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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가족> 놀라운 바람
2003-08-21

<젠틀맨 리그>와 <바람난 가족>이 개봉 첫주 1, 2위로 좋은 출발을 보였다. 숀 코너리라는 든든한 배우를 앞세운 <젠틀맨 리그>는 앨런 쿼터메인, 뱀파이어, 투명인간 등 19세기 영국 문학의 전설적인 주인공 7명을 한자리에 불러모았다는 만화적 발상(원작이 만화다) 만으로도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배급사에 따르면 첫주말 전국관객은 54만명 정도.

놀라운 바람을 일으킨 건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이다. <젠틀맨 리그>보다 적은 스크린 숫자로 출발한 데다 ‘야하다’고는 하지만, 사회의 가치관을 들쑤시는 결코 가볍지 않은 이 영화에 서울 7만4천여명, 전국 44만여명의 관객이 든 것이다. 게다가 영화가 완성된 뒤 일반인들의 인터넷 펀드로만 20억원을 투자받았고 다음주부터 시작될 베니스영화제에도 초청됐으니, 투자자가 없어 자체제작비로 영화를 완성해야 했던 명필름으로선 그동안의 마음고생 기억을 날려버렸을 듯 하다. 덕분에 이 영화는 이번주 전국 스크린 숫자를 131개에서 150개로 늘리게 되었다. 20일 오전현재 맥스무비의 예매순위에서도 <바람난 가족>(30.69%)은 <젠틀맨 리그>(19.38%)를 제치고 당당히 1위에 올라있다.

이번주 개봉작 가운데는 스파이크 리 감독의 와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스위밍 풀>이 단연 눈에 띈다. 마약거래죄로 내일이면 감옥에 가야 하는 몬티의 하루를 그린 가 사색적이며 사람을 침잠케 하는 여운긴 영화라면 <스위밍…>은 미스테리한 분위기로 영화를 이끌다가 마지막 반전으로 방점을 찍는 깔끔한 작품이다.

이번주엔 무엇보다 세네프 영화제(21일 개막)와 광주국제영화제(22일 개막)가 영화팬들의 마음을 달뜨게 할 것 같다. 특히 두 영화제는 각각 러시아의 세르게이 파라자노프와 미국의 존 포드라는 전설같은 두 감독을 본격소개한다. 타르코프스키와 함께 러시아영화의 새로운 경지를 열었음에도 정부의 박해로 수용소 살이를 하고, 일찍 숨져버린 파라자노프의 마술같은 영화들 <석류의 빛깔><수람요새의 전설> 등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길. 광주에 간다면 웨스턴에 인간을 그려넣었던 거장 포드의 작품들을 15편이나 볼 수 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