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r Window 1954년감독 앨프리드 히치콕출연 그레이스 켈리 EBS 8월24일(일) 낮 2시
한편의 영화가 오랫동안 기억되고 다른 작품에 반영되는 것은 흥미롭다. <이창>을 다시 보면서 여러 영화가 떠올랐다. 안젤리나 졸리가 출연한 <본 콜렉터>(1999). 어느 신참 여경관이 법의학 형사와 팀을 이뤄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한다. 법의학 형사는 천재적인 두뇌를 소유하고 있지만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상태. 둘의 콤비플레이는 어설프지만 손발이 잘 맞는다. TV시리즈 <몽크>도 유사한 점이 있다. 이 시리즈의 주인공인 전직 형사는 강박증을 지니고 있다. 대인기피에서 세균에 관한 강박증까지 다양하다. 그가 자신을 간호하는 여성과 팀을 이뤄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다. 특정한 결함을 지닌 남성을 중심으로(성적 무력함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드라마가 구성되는 것에서 스릴러 고전인 <이창>의 그림자를 엿볼 수 있다. <이창>은 영화이론 영역에서도 많은 논의가 있었던 작품이다.
누벨바그 일원인 프랑수아 트뤼포는 1960년대에 미국을 방문한 적 있다. 당시 누벨바그 세대의 프랑스 감독들은 할리우드 장인감독, 그중에서 히치콕의 영화에 열광했다. 그에게서 작가적 기질을 발견한 것이다. 그런데 미국을 방문하면서 트뤼포 감독은 의외의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다. 미국 현지에선 히치콕 감독이 상업적으로 성공했지만 비평적으로는 신통치 않은 반응을 얻고 있던 것. 트뤼포는 <이창>에 대해 “이것은 영화에 관한 영화이다. 그리고 난 영화에 대해 알 만큼 안다”라고 옹호했다. <이창>은 제프리라는 한 남성의 이야기다. 사진작가인 제프리는 다리가 부러진 탓에 휠체어에 앉아 생활한다. 기다란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들고 하루종일 주변의 이집 저집을 엿보던 제프리는 우연히 살인사건을 알게 된다. 영화 <이창>은 제프리의 행동, 그리고 그가 살인사건을 알게 된 뒤 애인과 간호사를 설득하는 과정으로 향한다. 그리니치 빌리지의 한 아파트에서 사는 제프리는 재미있는 나날을 보낸다. 다리 탓에 움직일 수 없지만 동네 주민들의 행동을 원없이 엿볼 수 있는 것이다. 긴 다리의 미녀가 속옷 차림으로 돌아다니고 어느 부부는 사랑의 행위를 나눈다. <이창>은 이른바 ‘관음증’에 대해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 제프리의 시선을 거쳐 다른 집을 엿보는 과정은 분명 영화를 보는 관객의 흥미를 유발하는 장치다. 하지만 제프리는 살인사건에 말려들면서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처한다. 관음의 대가를 치르는 것. 이렇듯 관음증을 통해 대중영화의 한계를 실험했다는 점에서 <이창>은 여전히 혁신적이다.
영화학자 로버트 스탬은 영화가 “매카시 시대의 반공 분위기를 반향한다”라고 평했다. 타인을 관찰하는 제프리라는 인물을 고발자로, 그리고 이웃 주민을 잠재적 스파이로 해석한 것이다. 비평가인 앙드레 바쟁은 영화에 대해 “<이창>엔 세편의 영화가 담겨 있다. 멜로와 탐정스릴러, 그리고 자잘한 일화를 담은 것”이라고 논했다. 그럼에도 바쟁은 <이창>이 솔직함을 느낄 수 없는 영화라는 점에서 평가를 유보했다. 히치콕 영화로는 <너무 많은 것을 알았던 남자>(1956)가 바쟁에게 더 후한 점수를 얻었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garota@empal.com